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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쓰오일이 원적지 담합 혐의와 관련, 무혐의 판결을 받으면서 지난해 5월 담합을 인정하며 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면제 받은 GS칼텍스가 상황이 난처해 졌다. |
[ 서재근 기자] 에쓰오일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원적지 담합 혐의와 관련해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리하자, GS칼텍스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담합을 인정, 자신신고(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던 GS칼텍스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인정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 행정 7부는 에쓰오일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주유소 원적지 담합 사건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1심 판결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에쓰오일 측은 당연한 결과라는 견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공정위의 처분은 공정위와 GS칼텍스 양쪽의 의사만 반영된 결과였다. 과징금을 면제받은 GS칼텍스를 제외한 나머지 3사들은 담합 혐의에 관해 인정한 적 없었다"면서 "뒤늦게나마 진실이 가려져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정거래 부분에서 에쓰오일에 제기된 모든 오해가 불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에쓰오일은 앞으로도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 목표로 공정한 경쟁을 위한 노력과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통한 정도경영을 실천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GS칼텍스와 공정위에 에쓰오일의 승소 판결은 썩 달가운 일이 아니다. 에쓰오일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정유사 간 담합이 없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5월 당시 원적지 담합과 관련, 정유 4사가운데 가장 많은 177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GS칼텍스는 공정위에 스스로 담합 혐의를 인정하고 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에쓰오일이 무혐의 판결을 받게 되면서 담합을 인정한 GS칼텍스는 무안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
현재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두 곳 모두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가 에쓰오일에 대해 항소할 경우 대법원의 판결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하지만 에쓰오일의 승소가 이들의 행정소송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만일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마저 원적지 담합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다면, 공정위는 있지도 않은 담합 혐의에 관해 과징금을 부여하고, GS칼텍스는 ‘나 홀로 담합’을 인정한 꼴이 된다.
이번 에쓰오일의 승소판결 소식에 GS는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GS칼텍스와 아무 관련이 없는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이미 지난해 과징금 면제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정유사 간 담합여부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같은 혐의로 과징금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에쓰오일의 승소 판결 소식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들 역시 공정위가 주장한 원적지 담합 혐의에 관해 줄곧 무혐의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와 관련, 특별히 언급할 것이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며 "단, 에쓰오일과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 역시 담합을 했다는 공정위와 GS칼텍스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공정위는 주유소 원적지 담합 혐의로 에쓰오일을 비롯한 국내 정유 4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4348억원의 과징금(GS칼텍스 1772억원, SK이노베이션 1337억원, 현대오일뱅크 170억, 에쓰오일 438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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