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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주임은 지난해 우리은행 고졸 채용에 합격했다./배정한 기자
[황진희 기자] 은행권 취업준비생들의 온라인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제 스펙 좀 봐주세요. 서울시내 대학교 졸업, 학점 3.7, 토익 920, 금융3종(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증권사 인턴 1년. 서류통과 가능할까요?’
대학 졸업을 앞둔, 또는 대학을 졸업한 대한민국의 흔한 취업준비생들의 이야기다. 학점관리에 어학성적, 자격증 취득, 사회경력까지 갖춘 취업준비생들은 ‘꿈의 직장’인 은행권 취업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써넣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취업준비생들이 들으면 배가 조금은 아플 수도 있겠다. 비싼 학자금을 들여가며 도서관에서 밤낮 책과 씨름을 하고 있는 사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어린 후배들이 일찌감치 은행에 취직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 말이다.
◆ 4번 탈락한 금융 자격증이 취직의 열쇠로
14일 오후 5시, 우리은행 서울스퀘어지점에서 만남 김지혜 주임은 “대학생 언니는 아직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데, 저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요”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우리은행 고졸 채용 최종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다. 뽀얀 피부에 앳된 표정, 아직도 교복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김 주임은, 우리은행 하계 유니폼을 입고 마감정산을 하고 있었다.
상고 출신 금융CEO를 대거 배출한 덕수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김 주임은 고등학생 때부터 금융권 취직을 목표로 했다. 김 주임은 “금융권 취직을 목표로 하자마자 금융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네 번이나 떨어졌지만 계속 도전해서 펀드투자상담사와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고졸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제2금융권’ 밖에 없었다. 김 주임 역시 저축은행 취직이 가장 큰 목표였다. 하지만 기회가 좋았던 것일까?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고졸 채용 기류에 은행권이 적극 동참하면서 김 주임에게 은행 취직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김 주임은 “덕수상고에서 우리은행에 최종 합격한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교문에 ‘우리은행 취업 김지혜’라는 현수막을 보고 정말 기뻤어요. 사진으로 찍어두기도 했어요”라며 “은행 취직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여러번 떨어지더라도 금융 자격증을 꼭 따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선후배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김 주임은 “학생 때는 선후배 관계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사회생활을 해보고 나니 업무 능력과 별개로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은행 취직을 목표로 잡은 후배들에게 선후배 관계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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