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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증권이 인턴사원들에게 무리한 실적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황진희 기자] ‘세상에 거저 없다’는 명언을 남긴 고(故) 신용호 교보 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으로 손꼽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아버지인 신용호 회장의 기업경영 원칙을 이어받아 증권·투신·문고 등을 포함한 교보그룹을 윤리경영의 대표기업으로 성장케 했다. 그러나 최근 교보그룹의 계열사인 교보증권이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인턴사원들에게 무리한 실적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남보다 높은 실적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손해가 뻔한 상황에서도 인턴사원들이 회사의 수수료 챙겨주기만 반복했다는 것. 결국 ‘세상에 거저 없다’던 창립자의 명언이 인턴사원들에게 ‘성과주의’의 상처만 안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교보증권은 리테일부문 영업인턴을 공개모집했다. 채용된 인턴사원 60명은 2주간의 기초교육을 받은 후 곧바로 영업점에서 일반 직원과 같은 주식 업무를 수행했다.
교보증권은 이 과정에서 6개월간의 인턴기간 종료 후 인턴사원의 절반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제시했다. 약정수수료나 계좌수를 채우거나 예탁 자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리테일부문의 영업인턴인 만큼 실적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었고, 교보증권 측은 실적을 실시간으로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테랑 영업사원들도 장담하기 어려운 주식거래를 새내기인 영업인턴들에게 맡길 사람들은 적었다. 결국 인턴사원들은 제 주머니에서 돈을 채워 넣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과 친척들을 동원한 사례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2~13억원을 예탁 자산을 유치한 인턴사원의 실적 순위는 60명 중 중간 수준으로, 많게는 60~70억원의 예탁 자산을 유치할 정도로 인턴사원들의 실적경쟁은 과열양상으로 번졌다.
그러나 인턴사원들이 무리한 실적경쟁에 놓여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교보증권가 챙기는 수수료는 점차 늘었다. 인턴사원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손해가 뻔한 상황에서도 주식 사고팔기를 반복했던 것.
6개월의 인턴기간 종료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원은 고작 1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인턴사원들은 취업실패에다 주식거래로 인한 손해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로 인해 교보증권은 정규직 전환을 내세워 투자 손실은 인턴에게 떠넘기고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만 챙겼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교보증권 측은 "인턴사원들의 실적은 여러 평가항목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실적만 놓고 봤다면 (60~70억원의 예탁자산을 유치해) 실적 1~2등 한 인턴들이 붙어야 하지만 모두 떨어졌다"고 말했다.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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