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종결자’ 김찬경 미래저축銀 회장, 아들은 ‘만취질주’
  • 황진희 기자
  • 입력: 2012.05.07 12:33 / 수정: 2012.05.07 12:33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각종 비리 혐의와 그의 아들의 만취질주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각종 비리 혐의와 그의 아들의 '만취질주'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황진희 기자] 저축은행 퇴출 명단 발표 직전, 200억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체포된 김찬경(55)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각종 사기 행각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이에 더해 김 회장의 아들 김 씨는 지난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만취한 상태로 질주한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7일 김 회장에 대해 배임과 횡령,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배임 혐의 등 수사선상에 오른 지난해 12월부터 밀항을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회사가 퇴출 위기에 놓이자 미래저축은행 예금인 고객 돈 200억 원을 인출해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중국으로 밀항 시도를 했다. 금융감독원과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찬경 회장은 3일 은행 영업이 끝난 오후 5시쯤 직접 거래하던 우리은행 서초동 지점에 나타나 현금 130억원, 수표 70억원 등 200억원을 인출했다.

그러나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밀항을 시도하던 김 회장은 잠복근무하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체포 당시 김 회장의 손가방에는 밀항 사례비 5만원권 1200만원과 여권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밀항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그냥 배에 탔을 뿐”이라고 태연히 밀항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이후 김 회장의 각종 사기 행각은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30여년 전 ‘가짜 서울법대생’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화제의 인물이 바로 김 회장이라는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1978년 당시 중졸 학력이었던 김 회장은 군 복무 중 만난 서울대 법대생에게 “나도 검정고시로 서울법대에 합격한 뒤 곧바로 입대했다”고 속였다. 제대 직후 1980년부터 김 회장은 이 법대생 소개로 법대 복학생 모임 ‘법우회’의 대표까지 맡으며 학우는 물론 법대 교수와 학장까지도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은 당시 과외비용과 입시 지도 명목으로 1600만원을 가로챈 사실과 함께 자신의 과외학생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까지 받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그 돈으로 신혼 살림을 차린 뒤 법대 동문들을 불러 집들이까지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가짜 서울대생이란 사실이 발각된 후에도 천연덕스레 서울 법대 ‘동문’들과 연락을 지속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타고난 언변과 사교성으로 미래저축은행 대표가 되고 난 후 서울 법대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김 회장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7일 “30년전 ‘서울대 법대생 사칭’ 사건의 장본인이기도 한 김 회장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신용불량자였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우리 국민들의 땀방울이 맺힌 소중한 1조6000억여원을 돈을 신용불량자에게 맡겨놓았다는 말이냐”며 “부실감독의 끝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의 각종 사기 행각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김 회장의 아들이 벌인 ‘만취질주 사건’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6월5일 새벽 3시, 김 씨는 리스한 벤츠 승용차로 강남구 청담사거리에서 학동사거리 방향으로 달리다 이모(31)씨의 그랜저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압구정동 성수대교 남단 근처까지 3㎞가량 차를 몰면서 승용차와 택시 등 차량 7대를 더 들이받았다.

검거 당시 서울 관악구청 공익요원이었던 김 씨는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33%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을 뒤쫓아 온 택시기사 등 피해자들에게 “우리 아버지가 M저축은행장”이라며 사과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차량도주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강남경찰서는 “김 씨가 피해자들에게 직접 아버지의 신분을 이야기 했다”면서 “당시 술이 덜 깬 상태에서 피해자들에게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회장과 그의 아들의 각종 혐의사실이 드러나면서 부도덕성을 지적하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의 예금주 윤모(67)씨는 “회삿돈을 챙겨 중국으로 도망가려던 계획을 지난해 12월부터 세우고 있었다고 들었다. 거짓학력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그동안 희대의 사기꾼에게 돈을 맡기고 있었다. 어떻게 그동안 거짓학력과 신용불량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다가 영업정지 되면서 이제야 사기꾼의 행적이 드러나느냐. 영업정지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사기꾼에게 돈을 맡기고 있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회삿돈을 빼돌린 뒤 밀항을 시도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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