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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과 HSBC 직원들의 임금체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황진희 기자]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HSBC 국내지점을 ‘0원’에 인수했지만, 고용승계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 간 직급체계가 다른 것도 문제지만, 산업은행 직원들에 비해 HSBC직원들의 연봉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산업은행은 HSBC은행의 서울 11개 지점을 매입대금 지급 없이 인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HSBC 지점 개인금융사업 부문의 예수금 전액과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담보대출채권 및 11개 지점 등을 자산양수도 방식(Purchase & Assumption)으로 인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HSBC 직원에 대한 고용 승계 문제는 자산실사 이후로 판단을 미뤘다.
인수합병(M&A)일 경우에는 직원들에 대한 고용 승계가 이뤄지는 것이 맞지만, 이번 산업은행과 HSBC의 거래는 자산 및 부채를 인수하는 P&A 방식이라 고용 승계에 대한 의무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게 산업은행 측이 설명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고용 승계에 대한 부분은 자산 실사 이후에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HSBC 인력의 이탈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HSBC가 보유하고 있는 소매금융 부분의 인력은 고급인력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외국계 은행인 HSBC과 직급체계가 다른데다 연봉도 훨씬 낮다는 것.
실제로 산업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진 연봉 탓에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차장급인 1995년 입사자들은 채 절반도 남아있지 않고, 과장급인 2000년도 입사자와 대리급 2005년 입사자들의 퇴사율도 30% 선을 넘어섰다. 타 은행의 퇴사율이 약 1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은 HSBC 지점 인수를 통해 단순 지점 확대를 넘어 인적자원 흡수를 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HSBC의 임금수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 11개 지점은 인수했지만 인력이 이탈할 경우, 그만큼 시너지가 줄어들어 HSBC 인수 성사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보니 HSBC의 전문 PB분들과 임금체계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라면서 “P&A 방식이라 고용승계에 대한 의무는 없지만 원칙적으로는 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임금체계는 양 은행이 조율을 거쳐 5월 중순 자산실사를 마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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