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매주 월요일 찬양 예배…종교 강요 vs 친목 도모
  • 오세희 기자
  • 입력: 2012.03.14 10:30 / 수정: 2012.03.14 10:30

▲ 이랜드 월요 모임 모습(위 쪽 시계방향), 송페스티벌 모습, 성경 공부 중 기도하는 직원들
▲ 이랜드 월요 모임 모습(위 쪽 시계방향), 송페스티벌 모습, 성경 공부 중 기도하는 직원들

[ 오세희 기자] 이랜드 그룹이 회사 내 남다른 기업 문화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기독교 이념 아래 세워진 회사답게 종교적인 활동을 강요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 때문. 이랜드 측은 강제적인 내용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타 종교인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 매주 월요일, 찬양 예배하는 회사

매주 월요일 이랜드 계열 회사들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부서별로 진행되는 월요 모임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랜드 그룹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이 행사는 1시간 동안 찬양 예배를 드리기 위함이다. 150여명의 부서원들은 1층 지정된 장소로 모여든다. 외부에서 별도로 초청해 온 찬양팀은 직원들에게 성경 구절을 들려준다.

문제는 월요 모임이 반강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모임에 빠지기 위해서는 부서장에게 메일을 보내야 한다. 피치 못할 사정을 제외하고는 전원 참석을 원칙으로 한다. 예배 시간 동안 직원들 대부분은 조용히 기도한다. 하지만 비기독교인들은 이 시간에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거나 옆 직원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이랜드에서 근무한 송 모(31)씨는 "지방에 파견 근무를 나갔는데 예배를 위해 신촌 본사로 매주 월요일마다 출근해야 했다. 3~4개월 정도 지속됐다. 이후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서원들 모두 회사에 얘기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월요 모임은 빠질 수도 있지만,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월요 모임 시간이 끝나면 이랜드 직원들은 성경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다. 성경 공부 조는 부서장이 임의로 나눠준다. 3명~10여명의 직원들은 1시간 예배 시간이 끝나면 이랜드 사목 방선기 목사가 지은 '아름다운 관계 행복한 일터'라는 책을 들고 로비 곳곳에서 성경 구절을 나눈다. 공부는 30분간 이어진다.

신입사원들은 더 많은 기독교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3주간 진행되는 신입사원 교육에서 하루 1~2시간씩 성경 구절을 듣는다. 이랜드에서 이직한 정 모(32)씨는 "신입사원 교육 때 목사가 와서 매일 설교를 했다. 하나님을 마음에 담을 생각이 생긴 사람은 일어나라며 직원들에게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승진에 지장이 있다는 의식도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실제로 이랜드는 승진 시험에 신앙적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후반의 이랜드 직원은 "대리 과장까지는 비종교인들도 많다. 하지만 임원 승진을 위해서는 종교가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종교적 행사를 위해 업무를 포기하는 때도 있다. 이랜드는 매년 크리스마스날 '송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이랜드 직원들은 부서에서 3~4명씩 각출 돼 2~300백명이 팀이 된다. 이들은 한 달 가량 합창과 뮤지컬 등을 연습한다. 이 기간에 직원들은 연습 장소로 출근했다 퇴근하기도 한다. 때문에 업무를 거의 할 수 없어 주말근무나 야근을 하며 보충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 종교 모임, 강요 vs 강제성 없어

이러한 이랜드의 독특한 기업 문화는 창립 이래 지속되어 온 이랜드만의 고유 색채로 자리 잡았다. 1980년 잉글런드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랜드는 기독교 이념 아래 세워진 회사다. 이랜드그룹의 총수인 박성수 회장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선교기업을 모토로 창립했다. 이랜드는 초창기 대부분 기독교인으로 구성돼 종교적 색채가 강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이랜드는 비기독교인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또한, 이랜드는 지속적인 M&A를 통해 기업의 몸집이 커졌다. 외부에서 영입한 경력직 사원들도 많아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랜드가 달라진 회사 환경과 달리, 초창기의 종교적 색채를 아직까지 너무 진하게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비기독교인들은 회사에 다니며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랜드에서 5년 동안 근무했던 김 모(34)씨는 "기독교인이 아닌 직원들에 대해서는 교회에 다니라고 끊임없이 전도한다. 물론 회사에 들어가기 전 기독교에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에 동의했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면 오래 회사에 다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는 기독교 회사가 아닌 일반적인 회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가 기독교 기업으로 외부에 비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월요 모임도 종교적 느낌이 강하지 않다. 회의에 앞서 직원들 생일이나 진급을 축하하는 자리가 되거나 전달 사항을 고지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랜드는 "기독교적인 색채라고 하지만 이랜드는 타 회사와 달리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다. 술 문화도 없고 금연도 강조하고 있어 여성 사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직원들에게 여타의 종교적인 행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송페스티벌도 끝나고 나면 직원들끼리 유대감이 생겨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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