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 알뜰주유소, 이름만 '알뜰'하네?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2.03.11 11:50 / 수정: 2012.03.11 11:50

▲ 형제알뜰주유소(왼)와 농협하나로주유소의 모습.
▲ '형제알뜰주유소(왼)'와 '농협하나로주유소'의 모습.

서울시내 '알뜰주유소' 현장취재 동영상

[ 서재근 인턴기자] 연일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 때문에 운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유가를 안정시키겠다며 만든 알뜰주유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근의 일반 주유소보다 오히려 비싼 값으로 기름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알뜰주유소가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더팩트>에서 10일 서울에 있는 2곳의 알뜰주유소를 찾았다.

독산역에서 시흥동 방향으로 약 1km가량을 직진하니 우측에 '형제알뜰주유소(이하 형제주유소)'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주유소 입구에는 휘발유 및 경유가격이 큼지막하게 기재된 가격표가 세워져 있었다.

이곳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37원. '알뜰'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주유소에는 몇 대의 차량만 주유를 하고 있을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형제주유소'에서 일하는 김모(18)씨는 "사실 주위에 여기보다 기름값이 싼 주유소가 많다. 왜 일반주유소보다 비싸게 기름값을 받느냐고 항의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 책정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책임자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직원들만 있을 뿐 사장은 부재중이었다. 인근 주유소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형제주유소에서 불과 400m 떨어진 곳에서 일반 주유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의 가격은 리터당 2017원. '형제주유소'보다 리터당 20원 저렴했다. 주유 중이던 한모(29)씨는 "솔직히 알뜰주유소를 이용해 본 적은 없다"며 "오히려 값이 비싸다면 갈 이유가 있겠느냐"고 일반 주유소를 찾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는 두 곳의 주요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두 곳의 휘발윳값은 각각 리터당 2017원과 1955원으로 알뜰주요소보다 저렴했다.

서울에 있는 알뜰주유소는 '형제주유소'만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농협하나로주유소(이하 농협주유소)'도 있다.

'농협주유소'에 들어서니 입구에 세워져 있는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휘발윳값은 리터당 2048원. 처음에 방문했던 '형제주유소'보다 오히려 리터당 11원이 비쌌다.

차선도 넓고 교통량도 많은 지역에 있었지만 주유소는 한산했다. 주유를 하고 있던 이모(33)씨는 "사실 알뜰주유소를 일부러 찾아서 이용하지는 않는다. 처음 알뜰주유소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많이 했지만 실제 인근주유소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도 사장과의 인터뷰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유소 매니저는 "가끔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기름값이 비싼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강남지역 타 주유소에 비해 (농협주유소의) 값이 많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출에도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가장 싼 기름값을 기록한 서울 도곡동의 한 주유소.
▲서울에서 가장 싼 기름값을 기록한 서울 도곡동의 한 주유소.

알뜰주유소와 기름값을 비교하기 위해 서울에서 휘발윳값이 가장 저렴한 곳으로 알려진 강남구 도곡동의 한 주유소로 발길을 옮겼다.

서울에서 기름값이 가장 싼 주유소라는 보도의 영향이었을까? 주유소에는 차들이 바글바글했다. 이곳은 고객들이 직접 차량에 기름을 주유하는 셀프주유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차량으로 붐비는 서울 도곡동 최저가 주유소의 모습.
▲차량으로 붐비는 서울 도곡동 최저가 주유소의 모습.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주유관 손잡이를 잡고 기름을 넣고 있었다. 김모(53)씨는 "기사화되기 전부터 줄곧 이곳에서만 주유했다"면서 "경기가 어려워 비싼 기름값이 늘 부담이었는데 '셀프주유소'라고 할지라도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환영이다"라고 말했다.

이곳의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1955원. 처음에 찾아간 알뜰주유소 두 곳에 비해 리터당 각각 82원, 93원이 저렴했다. 실제 휘발유 70리터를 주유했을 때 두 곳의 알뜰주유소보다 각각 5740원, 6510원씩 절약할 수 있다.

주유소 사장 김모(42)씨는 "물량확보 비축이 가격하락을 가능케 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싼값에 기름을 제공하기 위해선 기름을 싸게 공급받는 수밖에 없다. 애초 많은 양의 기름을 저가로 사들여 저장해놓고, 소비자들에게 저가로 기름을 제공하는 것이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운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만든 알뜰주유소. 실제로 찾아간 알뜰주유소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기름값이 저렴하지 않았다. 지난 7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서울 10곳에 미니 알뜰주유소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알뜰주유소가 정부의 취지대로 '기름값 낮추기'라는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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