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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왔다. [황진희 기자]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는 날이 갈수록 더욱 교묘해져 피해자들의 신중한 판단을 흐리고 있다. 8일 오전 10시4분, ‘02-530-1144’ 번호로 기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서울중앙지검 금융범죄수사팀입니다. 황진희씨는 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는 말이 다짜고짜 전해졌다.
일단 ‘검찰’, ‘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라는 단어가 들리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무슨 말씀이시죠?”라고 되묻자, 상대방은 다시 한번 “서울중앙지검에서 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전화를 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평소 접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누구라도 감쪽같이 속을 만한 상황이었다.
검찰을 사칭한 상대방은 “농협과 하나은행에 당신의 명의로 대포통장이 개설됐다”면서 “당신이 공범일 가능성이 높으니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은 여전했지만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포통장 개설 사실은 해당 은행에 직접 확인해보고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어 하나은행에 직접 전화를 걸어 대포통장 개설 여부를 확인하자 안내원은 “최근 대포통장 개설 사기 전화가 많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유선상으로는 통장 개설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 신분증을 지참하고 가까운 지점을 방문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휴대전화에 남은 발신자번호를 살펴봤다. 서울중앙지검 대표전화번호 ‘02-530-3114’와 매우 유사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번호가 진짜 검찰 측 번호와 같은지 확인해보니, ‘02-530’ 국번만 같은 가짜 번호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국번까지 도용해 보이스피싱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검찰에서는 절대 개인정보를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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