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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 '매력점'…심은경, 김유정, 수지에게 찍을까요? (인터뷰①)
입력: 2012.03.27 08:40 / 수정: 2012.03.27 08:40

▲ 영화 건축학개론 홍보차 만난 한가인./노시훈 기자
▲ 영화 '건축학개론' 홍보차 만난 한가인./노시훈 기자

[김가연 기자] "이제는 이렇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수지의 성인 역할을 해 본 소감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배우 한가인(30, 본명 김현주)이 얼굴을 뒤로 젖히며 '깔깔' 거리고 웃었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이 질문의 주체는 달랐을 것이다. 그때라면 "자신의 아역인 수지가 연기가 어떠했느냐"는 정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지금 연예계에선 수지가 한가인보다 '핫'한 아이콘이다.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쭉 톱스타로 살아온 한가인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을 법도 하지만, 신이 나게 웃는 그의 얼굴에선 실망감보다는 여유로움이 먼저 보였다. 세월의 흔적일까. 오래 묵은 배우의 노련함일까. 험난하다는 연예계에 발을 들인 지 10년. 다사다난했던 그 시간은 한가인을 '남자들의 로망녀'에서 '푼수 아줌마'로 바꿔 놓았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한가인을 영화 개봉 당일 만났다. 영화와 MBC '해를 품은 달' 촬영,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 예능 프로그램 출연까지 눈코들 새 없이 바쁜 일정에도 한가인에게선 활력이 넘쳤다.

▲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서연 역을 맡은 한가인.
▲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서연 역을 맡은 한가인.

◆ "내 첫사랑은 소개팅에서 만난 187cm 외대생"

지난 22일 개봉한 '건축학개론'은 개봉 첫 주말 극장가를 휩쓸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앞서 '해를 품은 달'은 평균 시청률 30% 이상을 기록하며,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성공으로 배우로서 기분 좋을 법도 하지만 한가인은 오히려 그런 칭찬에 들뜨지 않았다. 많은 관심을 두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드라마나 영화가 잘 되면 당연히 기분 좋죠. 하지만 잘돼서 좋은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제 드라마에 관해서 이야기 해 주시는 것 자체가 좋아요. 저를 조롱했던(한가인은 학창시절 친구들과 짖궃게 농담하는 것을 '조롱'이라 표현했다) 친구들도 '카톡'으로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해품달' 다음 회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고요(웃음).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관객 수는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 부분이 좋았다, 내 이야기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말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뿌듯해요. 후배 심지호는 영화를 보고 '형수님, 영화가 저를 설레게 하네요'라고 말했는데 그 때 정말 좋았어요."

그러면서 기자에게 영화를 어떻게 보았느냐며 반문했다. 첫사랑이란 소재를 잘 '건드려서' 공감할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답하자, 그것이 배우가 바라는 대답이라고 했다. 꼭 대학 시절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품고 있었을 법한 첫사랑의 기억을 다시 되살렸다는 것. 그의 말에 대한민국 남자들 마음속에 첫사랑 같은 그녀, 한가인에게 그의 첫사랑에 대해 물었다.

"첫사랑 이야기하니깐 정말 많이 물으시는 것 같아요(웃음). 저의 첫사랑은 데뷔 전 대학 시절(경희대)인데, 옆 학교에 다니는 한국외국어대 학생이었어요. 소개팅에서 만났는데 느낌이 괜찮았던 것 같아요. 187cm에 남자답고 강인한 느낌이 드는 친구였죠. 지금 남편(연정훈)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아, 저 고등학교 3학년 때 저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남학교 친구가 있었는데…(웃음). 그 친구가 수능 전 날인가 저를 보러 학교에 왔었어요.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수능이나 잘 보라며, 현주는 너보다 잘 볼 것' 이라며 물리쳐(?) 주셨죠. 그리고 데뷔 후에 우연하게 메일 한 통을 받았어요. 네가 TV에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즐거운 기억이에요."

▲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청순한 분위기를 뽐내는 한가인.
▲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청순한 분위기를 뽐내는 한가인.

◆ 심은경, 김유정, 수지까지…한가인 '매력점' 찍을까요?

영화의 주제가 첫사랑인 만큼 인터뷰의 주제는 첫사랑으로 쏠렸다. 한가인과 첫사랑은 썩 잘 어울리는 키워드다. 그는 데뷔 후부터 줄곧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불렸고, 비슷한 느낌의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해를 품은 달', '건축학개론'은 모두 비슷한 맥락이다.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한가인은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도대체 첫사랑 같은 이미지는 어떤 것이죠?"라고 물었다.

"많은 분이 제가 첫사랑 이미지에 맞는다고 하시는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긴 생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때문인지. 그리고 이름이 평범한 것 같아요. 왜 첫사랑의 이름은 굉장히 평범하잖아요. 제 본명이 김현주인데, 얼마나 평범해요. 학창시절에 같은 반에 꼭 한 명쯤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의 말에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던 남자 기자가 아마도 코 점 때문에 더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는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기자의 말에 호탕하게 웃던 한가인은 진지하게 "정말 그럴까요?"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매력적인 코 점'에 얽힌 역사(?)를 설명했다.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긴데…(웃음). SBS '나쁜 남자'를 촬영할 때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에 제 동생으로 나왔던 심은경 양에게 점을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해품달' 할 때도 (김)유정이에게 점을 찍어야 말아야 하는 말이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한테 '언제부터 점이 있었냐'고도 물으시면서. 제 점에 대한 인상이 좀 강한 것 같아요.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님도 엄청나게 고민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수지에게 점을 찍을까 말까로요. 그런데 수지 양한테 점을 찍으면 왠지 코미디가 될 것 같아서…(웃음). 사실 이 영화가 서연이란 한 사람을 연기하긴 하지만 성인과 아역, 두 가지의 모습이잖아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였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지 양 코에 점이 있으면 뭔가 이상했을 거예요(웃음)."

▲ 카메라를 보고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한가인.
▲ 카메라를 보고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한가인.

◆ "XX 대사?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대화 주제는 점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건축학개론'으로 넘어왔다. '건축학개론'은 한가인이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이에 그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똑같은 이미지의 캐릭터만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심심찮게 했다. 하지만 한가인은 그런 것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특정 배역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면 '건축학개론'을 안 했을 수도 있을 거에요. 8년 만에 하는 영화였고 오랜만에 작품을 하면서 갈림길에 섰어요. '변화를 할 것인가, 현재를 나의 이미지대로 계속 갈 것인가' 고민을 하는데 스스로 '급격한 변화는 안 될 것 같다'고 느꼈어요. 서연이란 역할은 변화와 기존의 이미지, 두 가지를 모두 가진 교집합 같은 캐릭터에요. 제가 가진 본연의 이미지와 새로운 모습을 동시에 느낄 수 있죠. '한가인 같았는데, 뭔가 새로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똑똑한 한가인의 의도는 영화 속에 충분히 반영된 듯했다. '건축학개론'에서 서연 역을 맡은 한가인은 단아하면서도 지적이고, 세련된 외모를 지닌 이혼녀로 분했다. 그는 대학 시절 첫사랑이던 승민(엄태웅)을 찾아가 자신이 옛날 살던 제주도 집을 고쳐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아련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속에서 한가인은 X욕도 서슴지 않는다. '청순녀' 한가인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는 보기 좋게 왈가닥 서연을 소화했다.

"욕설 대사는 시나리오에도 딱 여섯 글자만 쓰여 있었어요. '그 XX이 나야?'(웃음). 뒤에 다른 욕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욕설 대사를 하면서 불편하거나 걸리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촬영하는데 주변에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제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욕을 했으니 주변 분들이 더 쳐다보시더라고요. 욕 대사를 처음 하는데 얼마나 통쾌하던지,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어요.(웃음)"

영화는 첫사랑을 간직한 두 사람의 헤어짐으로 막을 내린다. 한가인은 결말에 대해 "아련한 느낌이 있었다"고 좋아했다. 그는 "서연과 승민이 돼야 하나 말아야 하느냐에 대해서 감독님과 태웅 오빠와 토의까지 했어요. 그런데 왠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다면 그런 느낌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여운을 주는 결말이 좋은 것 같았어요"라고 답했다.

▲ 검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가인.
▲ 검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가인.

인터뷰는 한 시간 남짓 짧았지만, 한가인에게 가진 선입견을 없애기에는 충분했다. 조각 같은 빼어난 외모에, 늘씬한 몸매, 똑똑한 두뇌까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는 까칠하고 도도할 것만 같았다. 한가인 자신도 그런 선입견과 편견들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저 원래 꾸미는 것 좋아하지 않아요. '해를 품은 달' 촬영할 때에는 한복 입고 이곳 저곳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녔어요. 하루는 한복을 입고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저를 마주친 분들이 엄청 놀라시는 거예요. 한복 입고 백화점을 못 가본 것이 아쉬워요(웃음). 친구들하고 만나서 카페에 앉아서 차 마시면서 이야기할 때, 얼굴을 뒤고 젖히고 웃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저를 다 쳐다보고 있어서…(웃음). 주변 표정들이 '뜨악'하는 것 같았어요."

최근 PC방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에게 '한가인이 해 본 가장 최악의 일탈'에 대해 묻자 그는 답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면서 "술에 취해서 다른 사람 차에 토해 본 적이 있는데…"라고 답하며 또 '깔깔'거리고 웃는다. 그의 반전 매력(?)에 차기작은 좀 더 다른 캐릭터였으면 좋을 것 같다고 묻자, 조용히 끄덕였다.

"영화 홍보랑 무대 인사를 끝내고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에요. 스태프들과 함께 갈 예정이에요. 다음 작품이요? 드라마랑 영화, 둘 중에 가리는 것은 없어요. 저한테 잘 맞는 작품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 영화 홍보가 끝난 후, 여행을 가겠다고 밝힌 한가인.
▲ 영화 홍보가 끝난 후, 여행을 가겠다고 밝힌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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