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톨리야티와 우크라이 오데사항을 잇는 암모니아 수송관. /우크라이나 라티푼디스트미디어 |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비료 원료인 암모니아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수송관 일부가 최근 파괴됐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방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송관 파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맺은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수송관 재가동을 흑해 곡물 협정 연장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유엔은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흑해 곡물협정 연장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암모니아를 흑해 오데사항구까지 운송하는 수송관 파괴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맺은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수송관 재가동을 요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지난달에 2개월 연장한 흑해 곡물 협정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7일(현지시각) 러시아 서부 톨리야티에서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으로 연결되는 암모니아 수송관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 공작원들이 폭파시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5일 밤 9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의 마시우티우카 지역에서 수송관이 파괴됐다"면서 "우크라이나 파괴·정찰 집단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수송관 재가동에 전혀 관심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우크라이나"라면서 "수송관 수리에는 러시아가 현장 접근을 할 수 있을 때 최대 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수송관 파괴 사실을 확인하고 러시아가 저지른 일이라고 반박했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송관이 파괴된 것은 러시아의 공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송관은 세계 최대 암모니아 운송 설비로 러시아 톨리야티에서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항구 도시 오데사 지역의 유즈네까지 이어지는 2470km 길이 수송관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해마다 비료 원료인 암모니 250만t을 유즈네의 피우데니 항구까지 보낸 뒤 배로 전세계에 수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수송관 가동을 중단해 러시아의 비료 원료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다.
유엔은 지난달 말 러시아산 암모니아 수출 허용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합의안을 두 나라에 제안했다.러시아와 유엔은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흑해 곡물협정 연장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곡물수출 협정은 지난달까지 세 차례 연장됐다. 러시아는 협정의 일부인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 허용 등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수송관 파괴 논란으로 흑해 곡물 협정 연장이 어려워질 경우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 파괴에 따른 곡물 생산 차질과 맞물리면서 전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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