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노바 카호우카 댐에서 물이 쏟아져 나가고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선명하게 찍혔다. /플래닛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이 파괴돼 대량의 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하류지역 홍수가 발생하고 상류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가 댐을 파괴하는 수공작전을 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군사 전문가 조지프 뎀프시(Joseph Dempsey) 연구원은 6일(현지시각) 파괴 전후 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을 찍은 위성사진 서비스 전문 업체 플래닛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게재했다. 카호우카 댐은 헤르손시 위쪽 드니프로강 하류에 건설된 높이 30m에 길이 3.3km인 수력발전댐이다. 위성 사진상 수문 밸브가 있는 보가 무너졌지만 댐이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카후오카 댐은 드니프로강을 따라 있는 6개의 댐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당시 러시아군이 점령한 이래 지금까지 통제하고 있는 곳이다. 카호우카 댐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에도 물을 대고 있었다.

붕괴전 카호우카 댐의 모습./플래닛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 지역의 카호우카 댐이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다"면서 "파괴 규모, 물의 양과 유속,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 등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반면, 러시아 정부가 임명한 현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댐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관영 리아통신은 친러 행정수반의 말을 인용해 카호우카 댐 붕괴로 헤르손 지역 14개 마을에 사는 주민 2만2000명이 홍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댐이 붕괴할 경우 1800만m³의 강물이 넘쳐 일대 수십만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1만6000명이 위험 지역에 있다고 밝혔다. 1800만m³의 저수량은 미국 유타주의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의 저수량과 비슷하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일간 키이우포스트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드니프로강 우안 10개 마을과 하류 헤르손시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경고를 내렸다고 텔레그램에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현지 러시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인근 약 300가구가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드니프로강 상류에 있는 유럽 최대 원전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전경. /키이우포스트

카호우카 댐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드니프로강 상류에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댐 붕괴로 수위가 낮아져 원전 냉각수가 부족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자력기업 '에네르고아톰'은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댐 파손이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에 부정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전 우크라이나 관리는 "댐 폭파에도 자포리자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고 키이우포스트가 전했다. IAEA는 트위터에 "전문가들이 원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즉각 핵 안전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댐 파괴 소식에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카호우카 댐 파괴는 우크라이나 땅에서 그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 줄 뿐"이라고 비난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카호우카 댐에 대해 알아야 할 7가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카우호카 댐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댐 파괴에 따른 광점위한 홍수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을 방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드니프로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접전지역이다. 러시아군은 강 왼쪽을 통제하고, 우크라이나는 오른쪽을 지배하고 있다.

jacklond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