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7일(현지시각)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했다.유럽의 한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ECB |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유럽중앙은행(ECB)가 27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을 결정했다.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이다. ECB는 또 물가목표 2% 달성을 위해 추가 금리인상도 할 것임을 예고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회의 후 기준금리(주요재융자운용(MRO)금리)를 연 1.25%에서 2%로 0.7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9월과 10월 두 번 연속으로 연속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ECB는 시중은행이 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ECB에 예치할 때 받는 금리인 예금금리와 시중은행이 ECB에서 자금을 빌릴 때 지급하는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인 한계대출금리(MLF)도 0.75%포인트씩 각각 인상했다.
ECB가 이처럼 고강도 긴축에 나선 것은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이다.ECB는 물가가 높은 수준에 있고 상당한 기간 동안 물가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유로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9.9%나 상승했다. 이는 지난 1997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공급 병목현상,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수요 회복이 물가압력을 확대하고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있다고 ECB는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7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ECB는 이날 시중은행이 ECB에 단기자금을 맡기고 받는 금리인 '예금금리(왼쪽)'와 ECB가 시중은행에게 채권을 일정 기간 뒤 다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방식으로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는 리파이낸싱금리를 각각 0.75% 포인트씩 인상했다./ECB |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빠른 금리 인상은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고, 경제회복을 북돋우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또 시중은행들에 제공해온 2조1000억 유로(약 3000조 원) 규모의 초저금리 대출 프로그램 조건도 변경해 자금줄을 조일 예정이다.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첫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ECB와 라가르드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했다. ECB는 보도자료에서 추가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라가르드 총재는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줄이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오늘 금리인상에 이어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도달하기 위해 향후 회의를 거쳐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ECB의 금리인상에 대해 "ECB가 다른 중앙은행들에 뒤처져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타노스 밤바키디스 외환 전략 글로벌 책임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ECB의 금리인상은 시장이 정확히 예상한 일"이라면서 "다른 G10 중앙은행들과 비교해 보면, ECB는 여전히 뒤처져 있고 따라잡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6월과 7월, 9월 등 세 차례 0.75%포인트씩 인상하는 고강도 긴축정책을 통해 기준금리를 연 3.00~3.25% 수준으로 높였고 11월에도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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