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각) 총리관저 앞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BBC 유튜브 |
[더팩트ㅣ박희준 기자]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각) 취임 45일 만에 사임했다.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영국 경제에 큰 혼란을 일으킨 책임을 지고 퇴진한 것이다. 트러스의 사임 발표 직후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포인트가량 하락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0.5% 오른 1.13달러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은 긍정 반응했다.
영국 보수당은 다음주 트러스 후임 총리를 선출한다.
트러스는 이날 총리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달 6일 리리 수낙 전 재무장관을 제치고 보리스 존슨에 이어 총리에 취임한 지 45일 만이다. 트러스는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된다.
트러스는 짧은 임기 동안 영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다가 물러났다. 트러스 내각은 지난달 23일 450억 파운드(약 70조 원) 규모의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예산을 내놓았는데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하고 영국 국채 금리가 폭등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감세안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45%→40%), 소득세 기본세율 인하(20→19%), 법인세율 인상 계획(19→25%) 철회 등을 담았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지난 9월 10.1%에 이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을 펴는데 영국 정부는 상충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영국의 대규모 감세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트러스는 결국 감세안 대부분을 철회했지만 당 내부에서 빗발친 사퇴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
트러스는 보수당이 다음주 새 당대표를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당대표는 총리직을 자동 승계한다. 후임으로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 벤 월리스 국방장관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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