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서태평양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 경쟁이 불을 뿜는다. 중국이 미 해군의 본토 접근을 막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하에 항공모함과 이지스구축함 등 해군 함정 숫자를 크게 늘리자 B-2 스텔스 폭격기에 중국군의 방공망 밖에서 중국 해군을 격침할 수 있는 스텔스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스텔스 폭격기에 탑재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B-2 스텔스 폭격기는 스텔스 순항미사일 '재즘-ER'을 16발 탑재한다. 재즘-ER은 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Joint Air-to-Surface Standoff Missile)의 사거리 연장형으로 B-1 폭격기는 24발을 탑재한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블로그 등에 따르면, 미국 방산업체 노드롭그루먼과 미 공군은 B-2 스피릿 폭격기 공격능력 향상을 위해 재즘-ER의 통합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벌인 시험에서는 B-2가 재점-ER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디펜스블로그는 재즘-ER은 B-2가 목표물이 어느 곳에 있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면서 재즘-ER 통합은 이전 무기보다 더 먼 거리를 비행하는 피탐이 잘 안되는 자산의 투하를 가능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재즘-ER은 '재즘'순항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개량형이다. 재즘은 길이 4.26m, 날개 너비 2.4m, 동체 너비 63.5cm 높이 45cm, 무게 1000㎏이며, 탄두는 관통탄두이며 무게는 450㎏(1000파운드)이다. 사거리는 재즘이 370여km다. GPS와 INS유도를 받고 적외선 탐색기를 장착해 목표물에 대한 타격 오차가 3m 내외로 정밀 타격 능력을 자랑한다. 스텔스 형상을 갖고 있어 적 군함의 대공 레이더에 탐지가 잘 안 된다. 날개와 꼬리날개는 접혀있다가 발사뒤 펴진다.
사거리 연장형인 재즘-ER은 재즘과 기체 형상, 크기는 동일해 외형만 보고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재즘-ER은 내부 연료통을 더 키우고 터보제트엔진을 효율이 좋은 터보팬엔진으로 교체했다.이에 따라 사거리는 926km로 늘어났다. 유도방식은 재즘과 같지만 데이터링크가 있어 발사후에도 경로를 수정할 수 있고 지상과 해상의 이동중인 표적도 공격할 수 있다.
록히드마틴은 "재즘-ER은 전투기들이 밀집 방공망과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사거리 밖에서 고가치의 강화된 고정 표적과 이동표적을 타격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한다.
재즘-ER을 기반으로 만든 LRASM(엘라즘)은 사거리가 560여km로 추정되고 있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초의 대함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탄두도 재즘-ER과 재즘과 동일하게 1000파운드 급이 탑재된다.

이로써 재즘-ER을 운용하는 미공군 플랫폼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미 공군은 그동안 B-1B 랜서 폭격기, B-52 폭격기, F-15 이글, F-16 파이팅팰컨 전투기에, 해군은 F/A-18E/F 수퍼호넷에 탑재해 각각 운용하고 있다. B-1B는 재즘과 재즘-R을 최대 24발, B-2는 16발, B-52는 12발을 각각 탑재한다. 수퍼호넷은 통상 1발을 단다.
이처럼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 운용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미공군은 장거리 공대지, 공대함 미사일을 대량 발주했다. 록히드마틴이 양산중이다. 미 공군은 지난해 재즘-ER 400발 4억 2840만 달러어치, 공대함 미사일 LRASM 137발 4억1425만 달러어치, 총 8억4000만 달러(9311억 원)어치를 발주했다. 록히드마틴은 재즘-ER은 오는 2025년 7월까지, LRASM은 2025년 12월 말까지 각각 생산을 완료한다.
이 미사일들은 중국군의 A2AD '방패'를 뚫기 위한 창과 같다. 중국군은 방공능력을 크게 강화한 배수량 1만2000t급 055형 구축함 8척, 중국판 이지스함인 배수량 7500t급인 052D형을 최대 25척을 실전배치하고 6척을 추가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052D형 구축함은 수직발사관 64셀에 함대공 미사일과 함대함 미사일, 함대지 미사일을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대공 미사일로는 최대 사거리가 300km에 이르는 HHQ-9의 사거리 연장형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미 공군과 항공기 접근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유사 시 이런 군함들이 촘촘하게 구축한 방공망을 미군의 재즘-ER,LRASM이 파고들면서 중국 해군을 격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스텔스 폭격기와 음속 이상으로 비행하는 B-1 랜서 편대가 탑재한 재즘-ER을 날릴 경우 이를 전부 방어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유라시안타임스는 중국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 미사일은 미중 분쟁 시 미군에게 중국 함정을 공격할 칼날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중국군에게도 비상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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