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연말 150달러...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다시 온다고?
입력: 2022.06.08 16:09 / 수정: 2022.06.08 16:09
국제유가가 연말에 배럴당 150달러나 그 이상 갈 것이라고 세계 최대 상품중개회사 트라피규라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다. 미국의 석유메이저 셰브런 직원이 정유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셰브런
국제유가가 연말에 배럴당 150달러나 그 이상 갈 것이라고 세계 최대 상품중개회사 트라피규라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다. 미국의 석유메이저 셰브런 직원이 정유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셰브런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유가 연말에 150달러나 그 이상 간다"

이는 세계 최대 상품(원자재) 제러미 위어 중개회사 트라피규라(Trafigur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유가 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는 그 뿐이 아니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은 연말까지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점친다. 유가상승은 상승세인 유가에 더 상승탄력을 제공하고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카드를 뽑도록 한다. 그 결과 고물가속 성장둔화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경제를 빠뜨릴 위험이 있다. 이미 이런 경고가 나왔다. 한국도 5월 물가상승률이 5.4% 이르고 기준금리를 전달에 비해 0.25% 높인 1.75%를 조정했지만 다른 나라의 추세에 맞춰 금리를 많이 올려야 한 판국이다.

이런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고금리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상책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 석유주를 골라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제러미 위어 트라피규라의 CEO는 7일(현지시각)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연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나 그 이상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어 CEO는 "일정기간 유가가 높아지면 결국에는 수요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수요파괴란 가격상승으로 수요가 계속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제러미 위워 트라피규라 최고경영자(CEO). 위어 CEO는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주최 컨퍼런스에서 국제유가가 연말에 배럴당 150달러나 그 이상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라피규라
제러미 위워 트라피규라 최고경영자(CEO). 위어 CEO는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주최 컨퍼런스에서 국제유가가 연말에 배럴당 150달러나 그 이상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라피규라

그의 이 같은 주장은 투자은행들이 유가전망치를 속속 상향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이날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브렌트유가 평균 135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보다 10달러가량 상향한 것이다. 3분기 전망치는 배럴당 140달러다.

앞서 씨티은행도 올해 2분기와 3분기 가격을 각각 배럴당 113달러, 99달러로 상향조정했고 바클레이스도 올해 연평균 가격을 당초 전망치보다 11달러 높은 배럴당 111달러로 예상했다.

이날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0.77%(91센트) 오른 배럴당 119.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WTI 가격은 지난 9거래일 중에서 7거래일 동안 올랐다. 이날 종가는 지난 3월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북해산 브렌트유는 1.18%(1.41달러) 상승한 배럴당 120.92달러에 거래됐다.국제 유가가 오른 것은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수입 90% 감축 합의에 따른 공급충격 지속, 중국의 봉쇄 완화가 석유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 하루 최대100만 배럴이 시장에서 배제돼 공급이 줄어든다.

반면,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의 경제활동 증가는 원유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된다. 중국 경제허브 상하이시에 이어 수도 베이징시도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완화했다. 베이징은 6일부터 펑타이구 전역과 창핑구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식당 내 식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감염자 증가로 문을 닫았던 관광지와 공원 등도 정원의 75% 수준에서 개방하고, 자금성도 7일부터 관람을 허용하기로 했다.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등 비OPEC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 산유국들의 증산 목표확대에도 실제 증산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러시아의 수출 제한으로 원유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OPEC+는 오는 7월과 8월 증산 목표치를 하루 64만8000 배럴로 이전 달보다 50%가량 늘려 잡았지만 유가상승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달 4일 금리를 0.50% 올린데 이어 이달과 다음달에도 0.50%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8.3% 상승했다. 한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5.4% 급등하자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해 1.75%로 올렸다.

올해 세계 각국 성장률 전망. /세계은행 세계경제전망(GEP)
올해 세계 각국 성장률 전망. /세계은행 세계경제전망(GEP)

이와 관련해 세계은행(WB)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올해 세계경제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B는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크게 하향조정했다. 1970년대 아랍 국가들이 석유수출을 급격히 줄이면서 물가가 치솟자 선진국들은 서둘러 금리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고, 이 때문에 신흥국들은 금융위기를 겪었다. 선진국, 신흥국 모두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 성장둔화와 물가상승을 말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덫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WB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공조에 나서고, 유가·식료품가격 급등세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며 세계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선진국들이 신흥국 부채 부담을 줄여줄 것을 권고했다.

WB는 이날 펴낸 세계경제전망(GEP)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1월 예상치(4.1%)에서 2.9%로 1.2% 포인트 낮춰 잡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5.7%에 비하면 전세계 성장률이 반토막난다는 것을 뜻한다.WB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전세계의 저성장 흐름이 202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비관했다. 선진국 성장률은 지난해 5.1%에서 올해 2.6%로 뚝 떨어지고, 내년에는 2.2%로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신흥국, 개발도상국들의 성장도 부진할 것으로 WB는 내다봤다. 지난해 6.6% 성장세에서 올해 3.4%로 성장률이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이는 팬데믹 전인 2011~2019년 연평균 성장률 4.8%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반면, 인플레이션(물가의 지속 상승)은 대부분 나라에서 목표 수준을 계속해서 웃도는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로 가면 낮은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세계은행의 결론이다.WB는 스태그플레이션 전망의 주된 배경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목했다. 팬데믹 여파로 오른 에너지, 곡물, 비료 등 상품 가격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를 침공하면서 더 올라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WB는 풀이했다.

WB는 에너지 가격이 전년에 비해 52% 상승하고 원유 중 브렌트유는 배럴당 평균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에너지 가격은 당초 전망치보다 47%포인트, 브렌트유 가격은 24달러 높은 것이다. 또 농산물 가격은 18%, 비룟값은 약70%, 알루미늄 등 금속가격은 약 1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공급망 차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이 성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상당수 나라가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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