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핀란드, 스웨덴과 주요 도시./BBC |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러시아가 2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결정한 핀란드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보복조치를 단행했다.러시아는 지난 14일에는 핀란드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과 러시아투데이(RT)는 이날 핀란드의 국영 에너지 회사 '가숨'이 러시아의 루블화 결제요구를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핀란드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핀란드 남동부 러시아 접경 에텔레 카르얄라주에 있는 이마트라시 진입점을 통한 가스공급이 중단됐다.
핀란드 국영 가스운영업체 가스그리드핀란드도 이날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핀란드 국영 가스업체 '가숨'은 20일 낸 성명에서 "러시아에서 오는 천연가스가 5월 21일 오전 7시를 기해 끊길 것이라고 가즈프롬엑스포트 측이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가즈프롬엑스포트'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의 수출 담당 자회사다. 가숨과 가즈프롬엑스포트 측은 루블화로 대금을 지불하라는 러시아 당국의 방침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가즈프롬은 20일 현재 핀란드 가숨으로부터 4월 공급분에 대해 루블로 지급을 받지 못해 가스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확인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핀란드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2020년 기준으로 68%에 육박한다. 러시아가 핀란드에 고급한 가스는 2020년 16억 1000세제곱 미터, 2021년 18억 세제곱미터다. 핀란드는 천연가스 수입을 위해 포리와 토르니오에 연간 6억 5000만 세제곱미터 처리능력을 가진 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산 가스는 핀란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5%에 그친다. 핀란드가 소비하는 1차 에너지의 약 30%는 목재연료이며 22.5%는 석유, 19%는 원자력이다.
미카 윌리아넨 가숨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을 이미 대비해왔다"면서 "공급망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트해 국가들 간 가스공급망인 '발틱커넥터' 가스관을 거쳐 다른 곳에서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겨울까지 상황이 장기화하면 도전적인 환경을 맞을 수도 있다고 가숨 측은 밝혔다.
러시아 국영 가스 수출회사 가즈포름 옥외간판./타스 |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북유럽 지역의 안정과 안보 유지에 심각한 손해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보복 조치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면서 군사·기술적인 방법과 그 밖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러시아는 지난 14일 핀란드에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산 전력은 핀란드 전체 사용량의 10%를 차지한다.
러시아가 핀란드와 스웨덴 가운데, 특히 이렇게 핀란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1340km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그동안 중립 노선을 추구하면서 군사 동맹에 관여하지 않았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 환경이 급변한 뒤 나토 가입을 검토해 지난 18일 공식 신청서를 제출했다. 핀란드와 같이 군사 비동맹주의 국가인 스웨덴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jacklond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