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김고은 "아직도 '섹시'가 뭔지 모르겠어요"
입력: 2015.05.03 07:00 / 수정: 2015.05.02 17:31

연기 변신 배우 김고은이 몬스터 이후 1년여 만에 주인공을 맡은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새롬 기자
'연기 변신' 배우 김고은이 '몬스터' 이후 1년여 만에 주인공을 맡은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새롬 기자

'몬스터' 이후 1년 만에 스크린 컴백

"감정에 푹 빠져요. 그러면 무수히 많은 생각이 밀려오고 집중력은 그곳으로 끌려가죠."

배우 김고은(24)이 연기할 때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이렇다. 그런 김고은과의 인터뷰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진행됐다. 그리고 그 시작은 데뷔작 '은교'에서 시작됐다.

김고은은 '은교'로 단번에 충무로 샛별로 등극했다. 흔하지 않은 미인상에 흰 피부와 늘씬한 몸매, 뭔가 아리송한 매력이 '은교'를 만나 만개했다. 그는 아주 귀여우면서도 위태로웠고 섹시했다.

"다들 '은교'를 많이 기억해 주세요. 그 이후로 섹시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사실 전 아직 섹시가 뭔지 모르겠어요."

메시지 강한 영화 김고은이 영화 차이나타운에 출연한 이유가 시나리오를 읽은 뒤 느낀 여러가지 감정을 잊을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메시지 강한 영화' 김고은이 영화 '차이나타운'에 출연한 이유가 "시나리오를 읽은 뒤 느낀 여러가지 감정을 잊을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영화 속 파격적인 캐릭터와 수위 높은 장면은 단연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은교' 이후 데뷔하는 신인 여배우가 노출 신을 연기하면 '은교를 따라 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 마치 이전에는 그런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은 듯 김고은이 새로운 기준점이 되는 모양새로 흘러갔다. 그만큼 임팩트가 컸다.

"대부분 신작 영화를 챙겨 봐요. 제가 그러했듯이 그 배우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영화와 캐릭터에 마음이 끌려 하는 일이니까요. 순수한 마음이고 좋은 의도란 걸 알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해요. 단순히 노출로만 비치니까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래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 면에서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플룩스픽쳐스, 배급 CGV아트하우스)은 김고은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역시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끌려 '일영'이를 품안에 넣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좋으면 고민 안 하고 출연해요. '차이나타운'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뒤 당시 내 상태를 잊을 수 없어 영화에 출연했어요. 뚜렷한 장면이나 순간은 떠오르지 않았죠. 다만 감당하기 힘든 센 감정이 밀려왔어요. 울컥했고 슬펐죠. 먹먹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영화 차이나타운 김고은(오른쪽)이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꼽은 김혜수와 영화 차이나타운에 출연했다. 지난 달 29일 개봉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차이나타운' 김고은(오른쪽)이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꼽은 김혜수와 영화 '차이나타운'에 출연했다. 지난 달 29일 개봉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차이나타운'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그린 이야기다. 극 중 김고은은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 일영 역을 맡았다. 실질적 지배자 엄마 역을 맡은 김혜수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온 '엄마를 대신할 딸'을 연기한다.

그는 "장르적인 영화지만 보고 나면 분명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영화가 단순히 장르물로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찍는 순간순간 힘들었어요. 어떤 역할이든 캐릭터를 표현하는 건 힘들죠. 하지만 일영이와 '차이나타운'은 더 깊게 파고들어 준비했어요. 감정선의 정리 없이는 감히 마주할 수도 없었죠."

김고은과 김혜수와 마찬가지로 "영화가 관객을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물론 평가는 관객의 몫이지만, '은교' 이후 내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차이나타운 속 김고은. 김고은이 영화 차이나타운 홍보를 위해 대중 앞에서 서며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이새롬·김슬기 기자
'차이나타운' 속 김고은. 김고은이 영화 '차이나타운' 홍보를 위해 대중 앞에서 서며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이새롬·김슬기 기자

흰 피부와 마른 몸, 처진 눈꼬리를 가진 김고은이 일영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질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칼을 장난감처럼 사용하고 짐승처럼 사는 캐릭터임에도 김고은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다. 그는 "일영과 나는 다르지 않았다. 덩치가 크거나 마냥 세보이는 일영은 '차이나타운'의 일영이 아니"라며 "그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일영이가 뿜어내는 에너지, 몸짓, 때리고 맞는 때의 리얼함에 중점을 줬다. 그곳에서 큰 늑대소년 같은 세월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노력 때문일까. '차이나타운'은 개봉 전부터 제68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칸에서 다시 볼 수 있느냐고 물으니 김고은 "차기작 '계춘할망' 촬영 일정이 제주도에서 이뤄지기에 조금 더 기다리고 논의해 봐야 한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충무로 기대주 김고은이 지난 2012년 데뷔한 이후 은교 몬스터 영아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있다. /이새롬 기자
'충무로 기대주' 김고은이 지난 2012년 데뷔한 이후 '은교' '몬스터' '영아'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있다. /이새롬 기자

잠시 후 김고은은 대뜸 "거기 가면 좋으냐"며 "칸 해변에서 커피를 마시고 햇볕에 몸을 맡긴 채 술을 마셔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낮술을 가끔 마시며 술을 마실 때의 흥을 좋아한다던 그는 잠시 동안 상상 속 칸에 취하고 있었다.

흔히 김고은을 두고 정형화된 미인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도 "그런 외모는 절대 아니다. 제 경우 '미인상'에서 '미인'이 빠진 '전형적인 상'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애써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고 입꼬리를 실룩 샐룩거렸다. 대답 없이 웃음으로 일관하자 "나는 두상, 얼굴형이 제일 예쁜 것 같다"고 말한 뒤 머쓱했는지 웃어 보였다.

로맨스를 꿈 꿔요 김고은이 다음 작품으로 남녀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그린 청춘물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로맨스를 꿈 꿔요' 김고은이 다음 작품으로 남녀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그린 청춘물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말하는 방식, 감정을 표현하는 법,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 등 모든 것이 정형화된 사람이 아닌 듯하다. '김고은=4차원'이라고 하지만 4차원이라는 단어도 그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충무로에서 가장 기대되는 신인 여배우인 이유가 그 답이지 않을까. 그는 스펀지처럼 모든 걸 흡수하는 것 같다가도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는 원석 같았다. 얼굴에 순간순간 기쁨과 먹먹함, 장난기, 진지함을 동시에 머금은 여배우. 이런 배우가 또 있을까 싶었다.

"알 수 없는 감정, 그리고 그 속에 보일 듯 말 듯한 사랑이 섞인 영화입니다. 많이 보러와 주세요."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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