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이엘 "중성적 얼굴, 저만의 매력 아닌가요?"
입력: 2014.08.31 07:00 / 수정: 2014.08.31 10:02


이엘이 중성적인 외모를 자신의 장접으로 꼽고 있다./최진석 기자
이엘이 중성적인 외모를 자신의 장접으로 꼽고 있다./최진석 기자

[더팩트 | 이다원 기자] "선이 굵은 중성적인 얼굴, 저만의 매력 아닐까요?"

당당한 자태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전형적인 미인의 얼굴은 아니었지만 블랙홀 같은 마력이 표정 곳곳에 묻어난다. 트렌스젠더 역을 두 번이나 한 배우 이엘(31·김지현)의 목소리에는 오랫동안 연기 하나만 보고 달려온 자신만의 신념이 굳게 베어 나왔다.

이엘이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자신에 얽힌 얘기들을 모두 털어놓으며 진솔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최진석 기자
이엘이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자신에 얽힌 얘기들을 모두 털어놓으며 진솔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최진석 기자

이엘은 최근 서울 가산동의 <더팩트> 사옥을 방문해 배우로서 겪었던 좌절과 집념, 자신에 대한 소소한 얘기까지도 모두 털어놓으며 취재진의 귀를 사로잡았다. 검정고시 이력과 얼마 전까지 아르바이트한 경험 등 여배우로서 쉽게 꺼내지 못할 얘기까지 펼치며 솔직하고 털털한 속내를 보여줬다.

이엘이 양성의 중간에 서 있는 듯한 외모가 강점이라며 당당하게 고백하고 있다./최진석 기자
이엘이 양성의 중간에 서 있는 듯한 외모가 강점이라며 당당하게 고백하고 있다./최진석 기자

◆ 독특한 마스크 "내겐 오히려 장점"

인형처럼 깜찍한 얼굴의 여배우는 아니다. 오히려 남성적인 매력마저 묻어나는 '톰보이'형 외모다. 여자로서 트렌스젠더 연기에 도전한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중성적인 매력이 빛난다.

"그게 제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선머슴처럼 생기거나 청순가련형도 아닌 성 중간에 서 있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목소리도 낮고 몸매도 굉장히 스키니해서 마르고 예쁜 남자 같아 보이기도 한대요. 그런 얘길 듣다 보니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겠구나' 싶었죠. 몸 쓰는 것도 워낙 좋아하니까 액션 배우가 되는 것도 괜찮고요."

이엘이 선 굵은 얼굴이 과거 단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은 역 하나하나 해나가는 열정으로 강한 얼굴선을 부드럽게 보이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주고 있다./최진석 기자
이엘이 선 굵은 얼굴이 과거 단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은 역 하나하나 해나가는 열정으로 강한 얼굴선을 부드럽게 보이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주고 있다./최진석 기자

그러나 소신과 달리 오디션에서는 선 굵은 외모가 오히려 장애가 돼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고.

"그땐 아픈 소리도 많이 듣고 상처도 받았어요. 진짜 난 안 되는 건가? 이런 생각도 했죠. 하지만 작은 역이라도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니까 인정해주는 분들이 늘어나더라고요. 지금은 마음 편히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 체형이나 강한 얼굴선도 부드럽게 보이던데요?"

이엘이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트렌스젠더 연기를 펼쳐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괜찮아 사랑이야 방송 캡처
이엘이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트렌스젠더 연기를 펼쳐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괜찮아 사랑이야' 방송 캡처

영화 '하이힐'과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두 번씩이나 트렌스젠더 역을 맡으며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것도 독특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제가 센 캐릭터를 좋아하거든요. 아직 작품을 많이 안 해봐서 그런지 일상적인 감정 속에서 디테일한 느낌을 살리기 어렵더라고요. 오히려 상황이 세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배역이 저에게 맞았어요. 특히 '괜찮아 사랑이야'는 '하이힐'에서 이미 트렌스젠더 연기를 한 번 해본 뒤 출연한 거라 감정을 잡기 어렵지 않더라고요. 노희경 작가가 짧게 쓴 한 대목만 봐도 그냥 눈물이 나오던데요? 반응이요? 방송 끝나고 검색어 1위 했다는 걸 친구들의 문자 보고 알았어요. 얼떨떨하던데요? 하하."

이엘이 오랜 기간 연기만 보고 달려온 자신에 대해 자신감과 여유를 보이고 있다./최진석 기자
이엘이 오랜 기간 연기만 보고 달려온 자신에 대해 자신감과 여유를 보이고 있다./최진석 기자

◆ 검정고시로 배우까지 "조바심요? 전혀 안 나요"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닫고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건 그의 확고한 자아를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이어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연기 학원을 다니게 됐고 그 속에서 재미를 찾은 그는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하며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어릴 적부터 서양화가인 아버지를 따라 영화를 많이 봤어요. 또 미술관, 오페라 극장, 연주회 등등 주말마다 문화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예술 속에서 살게 됐죠."

이엘이 그동안 많은 변화를 보인 외모만큼이나 다이나믹한 인생 얘기로 기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더팩트DB
이엘이 그동안 많은 변화를 보인 외모만큼이나 다이나믹한 인생 얘기로 기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더팩트DB

그러나 연기 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MBC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홍대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와 병행할 정도였다고.

"지금 생각하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땐 눈물 마를 날이 없었죠. 주머니는 비어가는데 부모에게 돈을 받을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카페에서 일했는데 제 최대 슬럼프였어요.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늘 생활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고 손님 가운데 절 알아봐주는 사람도 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를 갈았어요."

이엘이 롤모델 전도연처럼 울림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고 있다./최진석 기자
이엘이 롤모델 전도연처럼 울림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고 있다./최진석 기자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달려온 까닭일까. 얼굴에 조바심이 보이지 않는다. 김희애 전도연 김성령 등 30대를 훌쩍 넘긴 여배우들의 활발한 활동이 그에게 더욱 힘이 된다는 설명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불안감이 컸지만 이젠 아니에요. 그 선배들 보면서 '연기가 반짝 예쁠 때 하는 게 아니구나, 꾸준히 하면 되는구나'는 걸 느꼈거든요. 오랫동안 제 롤모델인 전도연 선배처럼 대체할 수 없는 연기력과 흡인력, 일상 연기에 강하면서도 폭발적으로 감성을 쏟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독특한 매력만큼이나 빛날 그의 존재감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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