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탐사보도-오디션 프로 득과 실②]'서바이벌 나비효과'기획사 연습생 일희일비
  • 문다영 기자
  • 입력: 2012.06.15 16:56 / 수정: 2012.06.15 16:56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후 소속사에 둥지를 튼 스타들. 서인국(젤리피쉬), 장재인(키위뮤직 소속이었다 최근 독립), 권리세(키이스트), 데이비드 오(빅히트), 박지민(JYP), 이하이(YG), 백아연(JYP)(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더팩트DB, SBS 홈페이ㅣ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후 소속사에 둥지를 튼 스타들. 서인국(젤리피쉬), 장재인(키위뮤직 소속이었다 최근 독립), 권리세(키이스트), 데이비드 오(빅히트), 박지민(JYP), 이하이(YG), 백아연(JYP)(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더팩트DB, SBS 홈페이ㅣ

[ 문다영 기자] 3년째 방송가가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에 빠져 있다. 그만큼 많은 스타들이 등장했다. 한 해에도 수백 명의 연예인이 기획사를 통해 데뷔를 하는데 여기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들이 더해졌다. 새로운 통로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하는 스타들로 인해 연예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더팩트> 탐사보도팀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들을 영입한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의 장단점을 알아봤다.

◆ "이미 유명인이라 수월"vs "오디션 프로 방영 땐 앨범 발매 미루자"

많은 연예관계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들을 영입하는 이유에 대해 "대중 앞에 증명된 재능"이라고 밝혔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률 등 수치적인 성공률을 떠나 많은 화제를 몰고 온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생방송 경연 전단계에만 포함되도 스타성이 보이는 실력자로 연예가의 관심을 받는다.

Mnet '슈퍼스타K'1·2, MBC '위대한 탄생'1·2, SBS 'K팝스타' 등 주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중 출연 후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이는 무려 52명. 소속사 찾기가 한창 진행 중인 '슈퍼스타 K3', 'K팝스타' 출신자들 중 기획사와 계약하는 이들이 더 나올 것을 감안하면 오디션 출신자들의 데뷔 확률은 상당하다.

현재 'K팝스타' 참가자 중 한 명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 연예기획사 대표 이사는 "방송 당시에는 몰랐던 친구인데 나중에 여러 매체에 보도가 돼 눈여겨 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오디션 참가자를 영입하는 이유에 대해 "한번 오디션을 치르려면 시간과 비용, 투입되는 인원이 만만치 않다. 또 오디션을 치른다고 해서 과일가게에 가면 과일을 살 수 있듯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오는 것도 아니다"면서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 수고를 덜어준다. 방송만 봐도 대략 저 친구는 이 부분만 보완하면 어떻게 키울 수 있겠다, 인성은 어떻구나 등 평가가 된다"고 말했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를 영입했고, 몇몇 후보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대형 기획사 신인개발팀 관계자 역시 "새로운 신인을 만들고 대중의 눈에 들기까지는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들은 일단 인지도면에서 '먹고' 들어온다"고 장점을 밝혔다. 이름도, 얼굴도, 실력도 모르는 이를 데뷔시켜 잘 되면 좋겠지만 실패하는 때가 더 많다. 이런 점에서 대중들이 이름 한번, 노래 한 번 들어 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들은 생판 신인보다 최대 50%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버스커버스커가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들고 왔다면 받아주는 소속사가 몇이나 될 것이며 데뷔를 한다쳐도 신인의 음악을 관심있게 들어주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냐"며 "일단 오디션 프로 출신들은 방송이 끝날 때까지 매체보도, 음원 등으로 수없이 회자되고 높은 관심을 받는다. 그런 점만으로도 이들의 스타성은 증명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존 가수들의 앨범 발매와 오디션 프로그램 방영이 맞물리는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는 해당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부른 경연곡들이 음원차트를 싹쓸이하기 때문. '슈퍼스타K' 시즌 2·3, '위대한 탄생' 시즌 1·2, SBS 'K팝스타'를 비롯해 MBC '나는 가수다'시즌1이 음원차트를 싹쓸이한 주범들이다. 이런 까닭에 한때 가요 기획사들은 저조한 음반 판매 성적에 울상을 지었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피하라"는 특명 아닌 특명이 돌기도 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주요 오디션 프로그램 일정이 정해지면 생방송 경연 기간을 피해 앨범발매를 하고 있는 추세다"며 "주요 음원 사이트만 봐도 알겠지만 톱 50곡, 100곡에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노래가 20~30%를 차지한다. 아무리 유명하고 인기가 높은 가수라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 경연곡과 맞붙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피해를 보는 것 사실이다"고 말했다.

◆ 연습생 분위기 저해, 너무 높은 기대치…"어렵다 어려워"

한 연예기획사 연습생으로 계약, 2년째 데뷔만을 바라보고 있는 박 모(22) 씨는 얼마 전 기자에게 고충을 토로했다. 어렵게 부모를 설득해 상경, 연예 관련 대학을 갔고 수십 번의 오디션을 거쳐 연습생이 된 박 씨는 요즘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박 씨는 "우리 기획사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연습생이 들어왔는데 벌써부터 대우가 다르다"며 "나는 몇 번이나 앨범 제작이 늦춰지고 곡을 선정하는 것도 힘든데 그 친구는 데뷔에 박차를 가하고 소속사 사람들도 대우나 관심도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은 것이 너무도 후회된다고도 했다. 박 씨는 "사실 '슈퍼스타K 1'이 이슈가 됐었지만 그 땐 대학 동기들도 그렇고 주변에 알고 지내는 지망생들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에 회의적이었다. 괜히 나갔다가 꼬리표만 붙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많은 오디션 프로 출신 스타들이 잘 나가고 'K팝스타'까지 보자니 정말 후회막심이었다"고 한탄했다. 박 씨는 올해까지만 현 소속사 연습생으로 있다 데뷔가 또 늦어지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겠다고도 했다. 그 뿐만 아니다. 요즘 연예가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들을 영입해 연습생들이 술렁인다는 말이 자주 나돌고 있다.

또 대중의 너무 높은 기대치로 인해 정작 데뷔 후 프로그램 출연 때만큼의 이슈를 일으키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 한 한 가요 기획사 매니저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A가 정작 본인의 앨범으로는 빛을 보지 못했다"며 "음악팬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기대치에 미치치 못할 정도로 엉망도 아니었고, 대충 만든 것도 아니었지만 팬들이 A에게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들이 분명 실력이나 대중 인지도에서 일반 지망생보다 유리한 점은 있지만 그것이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dymo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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