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요정 김연아가 3,4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이스쇼를 마쳤다. 첫날 열린 ‘올댓스케이트 LA’를 직접 현장에서 구경했다. 2년전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을 당시 같은 장소인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느껴졌던 열광과 감동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올해 뱅쿠버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걸던 김연아의 연기를 볼 때만큼의 전율스러움은 없었다. 경쟁의 긴장과 치열한 도전의 몸짓이 필요치 않은 아이스쇼였기에 당연하다.
은퇴하고 4년여만에 대중앞에서 링크에 나선 미셸 콴의 연기도, 올림픽 금메달 이후 코치와 결별하는 잡음을 겪은 김연아도 각별하게 인상적인 피겨연기를 보여줬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저 그들의 이름값에 크게 어긋나지 않은 기본적인 기량과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인 차분한 쇼 였다.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김연아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헤어진 후 처음 나선 공식무대에서 마음 고생의 여파로 혹시나 싶었던 흔들림의 흔적을 보이지 않은데서 갖는 안도감 정도가 수확이었다고나 할까.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세계선수권자 등 14명의 피겨스타들이 출연한 가운데 김연아는 미셸 콴과 더불어 아이스쇼의 주인공으로 잘 연출됐다. 빈틈없는 고난도 기량의 짜릿함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했을 법한 쇼였다. 막판에 김연아가 'Bulletproof'에 맞춰 깜찍하게 선보인 디스코풍 연기가 아니었더라면 좋지 않은 평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LA에서 펼친 아이스쇼 소식과 함께 김연아의 학교공부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다.
고려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4학기째인 김연아가 출석과 과제물 제출에 소홀하자 한 교수가 “이럴거면 차라리 휴학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뉴스 ‘마이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김연아에게 F학점을 줬던 고려대의 한 강사는 "당시 외국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던 것을 감안해 훈련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짧은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강사는 "김연아는 수업에 참여하지도, 과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전에 연락을 취하는 등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김연아의 수업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를 비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측은 ”전지훈련 중인 운동선수 대부분이 리포트로 수업을 대체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대학측은 ”리포트도 성실히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지도 모르겠다.
고려대는 김연아를 입학시키면서 대학 홍보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하며 희색이었다는 보도를 기억한다. 이제와서 왜 김연아가 학업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흘리는지 알 수 없지만 학교측과 김연아 사이에 뭔가 소통이 부족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현실적으로 대학생인 김연아가 출석일수가 모자라리라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일이지만, “출석도 부족하고 과제물 제출도 소홀히 한다”고 공개하는 소속 학과 교수의 자세는 저의가 굼금할 정도로 새삼스럽다.
국위선양에 탁월한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와 학교공부의 문제는 늘 논란거리다. 학업에 열중하느라 스포츠대회에서 성적이 나빠지면 또 그것대로 질타할 게 뻔하다. 어느 한 순간 모든 걸 다 잘하라는 완벽한 인물을 원하는 쪽으로 국가나 사회가 기대하고 있다고 오해해버리면 중압감에 시달리느라 모든 걸 잃거나 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어린 나이일수록 그럴 수 있는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고대 교수의 지적은 제자에 대한 불필요한 트집잡기로 간주할 만하다.
김연아를 위한 조언을 했다고 하지만 진정 그런 마음이었다면 대중매체를 통해 불만스럽게 말하는 대신 당사자와 먼저 그 같은 내용을 의논했어야 했다. 외국에 나가 있어서 연락이 안됐다면 페이스북이니 트위터니 오죽 많은가. 요즘 세상에서 소통의 문제를 물리적인 접선 불통으로 핑계대는 쪽일수록 변명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김연아쪽도 기왕 학업병행의 어려움 문제가 공개된 만큼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연아가 우상으로 삼고 있고, 또 함께 아이스쇼도 펼친 미셸 콴은 은퇴후 터프츠 대학(Tufts University )의플레처 국제정치스쿨에서 동아시아 관계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콴은 학교친구들이 자신이 누군인지 모르는 환경에서 미뤄둔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지금이 피겨스타시절 못지 않게 행복하다고 최근 LA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여자골프의 미셸 위는 명문 스탠포드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면서 디지털 미디어 연구에 빠져 있다고 한다. 미셸 위는 몇 달전 해외 원정투어에 나섰을 때 학과 시험을 앞두고 있어 미국과 시차를 맞춰가면서 리포트를 만들고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했다며 “그래도 내가 공부와 골프를 병행하는 데 불평할 일이 전혀 없다”고 했다.
김연아가 휴학을 하건, 피겨훈련과 고대 수업을 병행하건 두명의 미셸로부터 그들의 체험이 우러난 조언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휴학할까 말까라는 고민 자체에 빠지지 말고 지금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본 뒤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도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