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 이유 있는 몰락<쟁점 셋>
입력: 2009.08.08 08:57 / 수정: 2009.08.08 08:57

200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박태환에게 이번 로마세계선수권은 주목을 받기 시작한 후 최악의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왜 이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을까. 박태환은 자유형 200m 준결선을 마치고 마음에 담아왔던 문제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그동안 박태환을 둘러싼 우려들이 곪아오다 이번 대회 실패를 도화선으로 해 폭발한 셈이다.

“1년 정도 휴식하며 전신수영복 착용 검토”…규정상 불가능
“동기부여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었고 부담이 컸다”
부활 위해 전담팀 가동 연맹간 신뢰회복 우선

<쟁점 1>전담 코치가 없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박태환과 스폰서 계약을 맺은 SK텔레콤은 단순히 금전적인 스폰서에 그치지 않고 전담팀을 직접 운영하는 야심 찬 출발을 했다. 그러나 국내 전담코치를 쓰려니 수영계의 고질적인 파벌관계가 발목을 잡았고 해외 코치 선임 역시 여의치 않았다.
결국 박태환은 전담코치도 없는 전담팀을 따라 두 차례 미국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선진 수영기법을 전수받고자 하는 시도였다.
박태환은 200m 결승 진출이 좌절된 후 “전담코치 문제가 지금 가장 크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전담코치를 두는 것도 힘들다. 파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올림픽 이후 과도한 CF 출연으로 도마에 올랐던 박태환은 이번 대회 직전 로마 현지에서 광고촬영을 했다. 기형적으로 운영돼 온 박태환 전담팀의 단면이다.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광고계약이나 행사 출연의 경우 SK텔레콤에서 관여할 명분이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결국 국가대표팀에 소속돼 있는 아마추어 선수 박태환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스폰서, 학교 관계자 등 그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영리활동이 가능했다.

그 누구도 관리권한이 없는 이 같은 구조는 결국 박태환의 훈련 과정에 악영향을 끼쳤다.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은 박태환의 미국 전지훈련 프로그램이나 훈련성과 자료를 전달받지 못했다.

SK텔레콤은 박태환의 수영 훈련을 지도할 전담 코치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전담 코치를 누구로 하며 어디서 어떤 식으로 훈련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박태환과 수영연맹의 뜻이 모아져야 한다.

크게 안은 두 가지다. 네임밸류를 가진 외국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과 국내 지도자 중에서 노민상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찾거나 전담팀이 해외로 훈련 나갈 때 노 감독을 대동하는 것이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문제를 드러낸 스타트, 턴, 레이스 면에서 세계적인 전문가 선생님이면 좋을 것 같다. 또 레이스 훈련을 할 때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훈련 파트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담 코치로 원하는 상을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마이클 펠프스의 스승 밥 바우먼 코치 등 유력 지도자들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수 은퇴를 앞둔 튀니지 스타 오사마 멜룰리를 훈련 파트너로 검토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노민상 감독의 지도 아래 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노 감독을 전담팀 코치로 선임하기가 부담스럽다. 이미 전담팀과 노 감독이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노 감독이 대표팀 감독 타이틀을 유지하는 한 어려운 상황이다.

노 감독이 박태환의 해외 전지훈련 때 동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다른 대표 선수들의 지도에 소홀할 수도 있다.

<쟁점 2>전신수영복 안 해서?

박태환은 “1년 정도 휴식하면서 전신수영복 착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로마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많은 세계기록이 나왔다. 기량향상과 더불어 최첨단 수영복의 도움도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세계정상급 선수 중 다수가 전신수영복을 착용한다. 전신수영복은 상대적으로 물의 저항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는 2008년 4월, “태릉에서 실제로 실험한 결과로도 전신수영복은 기록단축 효과가 확실히 있다”고 했다. 박태환은 “(400m 자유형에서 1위를 차지한) 파울 비더만(독일)도 예전에 반신수영복을 입었는데 이번에 전신수영복을 입고 최고 성적을 냈다”고 했다.

박태환은 올림픽 직전, 전신수영복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2008년 4월, 울산에서 열린 제80회 동아수영대회 때다. 박태환은 당시 “부력이 좋은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가슴 쪽에 물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어깨가 걸린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스피도사의 레이저레이서 전신수영복은 입을 때 10분가량이 소요될 정도로 몸에 밀착된다. 다른 선수들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부자연스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은 승모근(어깨 후방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어깨에 부담을 더 많이 느낀다”고 했다. 다른 선수보다 적응기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 박태환은 “그동안 전신수영복을 1주, 또는 2주 정도밖에 시험해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몇 개월 정도 시험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제수영연맹(FINA)의 새로운 수영복 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이 실제로 전신수영복을 입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INA는 최근 물이 통하지 않는 폴리우레탄 재질 수영복의 퇴출을 선언했고 남자의 경우 직물 재질의 수영복을 허리에서 무릎까지(여자는 어깨에서 무릎까지)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규정이 확정되면 남자의 경우 내년부터 전신수영복이 사라지게 된다.

<쟁점3>동기부여 부족?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박태환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9살의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룩한 박태환에게 자칫 동기부여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려했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금메달’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지만 이번 대회는 ‘반드시’라는 동기부여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올림픽이 끝난 뒤 주위의 관심과 기대치가 박태환에게 큰 심적인 부담을 줬다.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극심한 부담감을 호소했다.

박태환도 동기부여 부족에 대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베이징올림픽 때는 나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매달리고 집중하는 부분이 컸지만 이번 대회를 준비할 때는 그보다도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매달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 힘들었고 부담도 컸다”고 털어놓았다.

박태환은 “2005년부터 쉴 새 없이 달려왔다”면서 “쉴 타이밍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 끝나면 휴식을 취할 것이다. 몸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요시사 유병철기자│더팩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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