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라이벌로, 때로는 ‘절친’으로
선수들의 스포츠를 통한 선한 영향력 펼치기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오른쪽)이 무타즈 에사 바심(왼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항저우=뉴시스 |
[더팩트ㅣ이윤경 인턴기자] 경기에 과격하게 임하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플레이가 있는 반면에, 페어플레이는 미소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서로의 좋은 라이벌로 지내며 나라를 넘는 우정을 보여주는 모습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대회가 있을 때면 선수는 물론이고, 국민까지 몸살을 앓는다. 4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축구 4강전에서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U-24)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1로 이기며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거친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이 다치기도 했고, 한국 양궁 선수들은 경기 중에도 중국 관객들의 함성을 들으며 ‘멘탈’ 관리에 힘써야 했다.
갖은 장애물에도 끝까지 경기에 임하는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국민들의 마음도 상처가 났다. 하지만 모든 경기가 이렇진 않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들이 아시아 전역에 좋은 에너지를 안겨주고 있다.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왼쪽)이 카타르 바심(오른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항저우=뉴시스 |
시종일관 미소로 경기에 임하며 ‘스마일 점퍼’라고 불리는 우상혁(27·용인시청)은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땄다. 2m55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딴 건 무타즈 바심(32·카타르)이었다.
둘이 아시안게임에서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우상혁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m20으로 10위에 그쳤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은메달을 땄을 땐, 바심이 부상으로 인해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다이아몬드 리그 등 각종 경기에서 순위권을 다투며 선의의 경쟁을 이어나갔다.
바심에게 금메달을 내주면서 지난 아시안 게임에 이은 아쉬운 은메달이지만, 우상혁과 바심은 경기 직후 끌어안으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우상혁은 경기 후 한국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바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말했다.
바심 역시 같은 인터뷰에서 우상혁과의 경기를 "좋은 경쟁이었다"고 말하며 우상혁의 점프력을 칭찬하며 서로에 대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황선우(오른쪽), 은메달 중국 판잔러(왼쪽)가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함께 손을 들고 있다. /항저우=뉴시스 |
육상에 우상혁과 바심이 있다면 수영에서는 황선우(20·강원도청)와 판잔러(19·중국)가 있다. 둘은 수영 선수들의 문화에 따라 지난 2022 부다페스트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때 서로 수영 모자를 바꾸며 우정을 키워나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서로 주 종목인 자유형 200m(황선우)와 100m(판잔러)에서 금메달을 각각 갖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판잔러가 46초97의 아시안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딸 땐, 황선우가 48초04로 동메달을 걸었다.
이후 27일 자유형 200m에서 반대로 황선우가 1분44초40로 터치패드를 먼저 찍으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판잔러는 1분45초28을 기록하며 은메달로 밀려났지만, 경기가 끝나고 황선우의 팔을 높이 치켜들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라이벌(Rival)이라는 단어는 강(River)이란 단어에서 비롯됐으며 이를 기점으로 서로 다투던 마을에 빗댄다고 한다. 그러나 서로를 인정하고 발전하는 관계는 커다란 물줄기가 되어 다친 국민들의 마음을 감싸주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전역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