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한 양궁으로 4일 컴파운드 아시안게임 은메달 '쾌거'
5번의 도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의 비하인드 스토리
취미로 시작한 양궁, 주재훈은 아마추어 대회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꾸준한 연습과 노력으로 아시안게임 혼성 컴파운드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직장인 메달리스트로 거듭났다. 사진은 3일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 준결승 경기 장면. /항저우=뉴시스 |
[더팩트ㅣ이윤경 인턴기자] 취미였던 양궁으로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고, 이제는 아시안게임에서 직장인 메달리스트로 거듭났다. 2016년 대학교 3학년 시절 주재훈(31·한국수력자원)에게 컴파운드는 무슨 의미로 다가왔기에 5번의 국가대표 도전을 하게 만들었을까.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양궁의 주재훈과 소채원(25·현대모비스)은 인도의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21)와 조티 수레카 벤남(27)에게 158-159, 단 1점 차로 안타깝게 패배하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1점'이라는 차이는 경기 시작부터 주재훈과 소채원의 어깨를 무겁게했다. 1엔드 39-40, 2엔드 79-80으로 인도 선수들이 경기를 끌고 가다가 3엔드에서 119-119로 따라잡았다. 그러나 4엔드에서 다시 1점을 내주며 인도의 승리가 확정됐다.
그럼에도 주재훈과 소채원은 마지막 화살을 각각 10점 과녁에 맞히면서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보여주었고, 더 벌어질 수도 있었던 점수 차였음에도 유종의 미를 거뒀다.
주재훈은 대학교 때 양궁 컴파운드 동호회에 가입해 지인의 축사를 빌려 연습장으로 삼는 등 양궁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각종 대회 입상이라는 결과를 끌어냈다. /KBS 뉴스 캡처 |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주목받은 주재훈의 선수 이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재훈은 지난 5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생 때 호기심으로 양궁을 검색하면서 컴파운드 동호회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의 열정은 점차 피어나기 시작해 지인의 빈 축사를 빌려 연습장으로 쓸 정도로 커졌다.
"유튜브가 나의 선생님"이라고 밝히면서 혼자 선수들의 자세를 공부하고 꾸준히 연습한 게 동호인 대회, 전국체전에서 메달로 응답받더니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라는 영광을 안겨주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재훈의 소속인 한국수력자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전문 선수도 아닌 청원경찰 '직장인'이다. 그의 이번 도전은 생업을 외면해야 했다. 그렇기에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의 결정은 누구보다 어려웠겠지만 그만큼 값진 메달로 돌아왔다.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혼성 컴파운드 결승, 주재훈이 경기하고 있다. /항저우=뉴시스 |
주재훈이 선택한 컴파운드는 사람의 힘을 써야 하는 전통적인 리커브와 다르다. 컴파운드는 활 끝에 도르래를 부착한 기계식이라 작은 힘으로도 당길 수 있다. 리커브 활보다 빠르며 직선으로 과녁에 꽂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초보자가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그만큼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돼 있기 때문에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더 어렵다. 그렇기에 주재훈은 혜성처럼 나타난 것도, 메달을 갑작스레 딴 것도 아니다. 그에게 양궁은 생업을 고민하게까지 만든 취미 그 이상이었고 대학생 때부터 시작한 열정이 고이 서려 있는 것이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메달을 자랑하며 주재훈은 경기 후 한국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도전하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남다른 열정과 선택으로 생애 처음 경험한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까지 출전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주재훈은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며 7일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