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 '설레발 세리머니'...0.01초로 대만에 역전패 '황당'
같은 날 신유빈·전지희 하트-화살 세리머니 '기쁨 두 배'
1위를 예감한 정철원이 2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3000m 계주 경기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만세 세리머니를 하는 사이 대만 선수가 0.01초 차이로 역전하겨 골인하고 있다. /KBS1 중계 캡쳐 |
[더팩트ㅣ서다빈 인턴기자] '세리머니(Ceremony)' 를 위해 보였던 특정 행동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한국 선수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고 있다. 정철원(27·안동시청)과 신유빈(19·대한항공)이 대표적이다.
스포츠의 세리머니는 경기 도중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거나 결과를 마무리 짓는 극적인 순간이 발생할 때 선수들이 각자의 특징을 담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특정 행동을 말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이 골을 넣고 펼치는 '찰칵 세리머니'는 이제 골의 감동을 더하는 대표적 세리머니로 자리잡고 있다.
아시안게임, 올림픽과 같은 큰 국제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은 그 대회만을 위한 '감짝 세리머니'를 준비한 뒤 극적인 순간에 펼쳐보여 관중들과 팬들에게 볼거리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세리머니도 때를 잘 맞추지 못 하면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바로 롤러스케이트의 정철원의 경우다. 정철원은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남자 3000m 계주 경기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1위를 확신한 듯 양손을 번쩍 드는 '만세 세리머니'를 펼치다 뒤를 쫓던 대만에 역전패 당했다.
결승선에 들어온 이후에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던 한국 대표팀은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던 중 최종 기록을 확인한 후 울먹이기 시작했다. 대만 선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쭉 뻗은 발에 0.01초 뒤처져 메달 색이 뒤바뀐 것이다. 해당 실수로 정철원과 팀원 최인호(22·논산시청)는 병역특례 혜택을 놓치게 되었고, 금메달도 병역특례도 놓치게된 정철원은 "제가 방심하고 끝까지 타지 않는 실수를 했다"며 "같이 노력했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금메달을 확정한 신유빈(오른쪽)과 전지희의 경기 장면./뉴시스 |
같은 날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는 상반된 분위기의 세리머니가 연출됐다. 21년 만에 금메달을 확정한 신유빈과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는 4강전부터 준비한 하트-화살 세리머니를 펼쳐보였다. 경기를 중계하던 KBS1 캐스터는 화살에 직접 맞은 듯한 소리를 육성으로 뱉었고 해당 세리머니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신유빈은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기 직전 태극기 방향이 뒤집힌 걸 발견하고 건곤감리 위치를 바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삐약이 건곤감리 확인도 하고 야무지네", "애국심도 따봉" 등의 칭찬이 이어졌다.
일명 '설레발 세리머니'로 메달 색이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도 김한솔(27·서울시청)이 연결동작을 완벽하게 해낸 후 착지했지만 '심판에게 종료 인사'라는 규정을 생략하고 팔을 번쩍 들어 관중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국제체조연맹(FIG)은 선수가 심판에게 묵례 형식의 종료 인사를 하지 않을 시 벌점 0.3을 부과할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행동으로 감점을 받아 은메달을 받게된 김한솔은 "도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엄연히 제 실수"라며 "다음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도쿄올림픽 때 더욱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고, 지난 실수를 완벽하게 만회하며 2022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기계체조 남자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수확했고 2연패를 이뤘다.
지난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강백호는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다 태그아웃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러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강백호는 당시 본선 1라운드 호주전에서 4-5로 뒤진 7회말 1사에서 좌중간 2루타를 쳤지만, 2루에서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태그 아웃됐다.
가수 세븐틴이 부른 HOME;RUN(홈런)노래에는 '9회말 2아웃이여도 내 손엔 배트 들고 있어'라는 가사가 있다. 스포츠는 많은 이에게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린다.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까지 승패를 확신할 수 없으며 시합 종료 콜이 울릴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스포츠 선수들이 갖춰야 할 '기본'이다. 단 몇 초의 세리머니로 몇 년간 고생했던 결과가 뒤집힌다면 선수들은 물론 많은 팬들 역시 실망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의 승패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편, 4일 오전 현재 한국은 금메달 32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65개를 따내 모두 140개의 메달로 금메달 순위에서 일본에 한 개 뒤진 3위를 달리고 있다.
bongous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