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윤학길의 딸 '황태손' 윤지수
26일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정상 등극
우천취소 야구팬들 마음모아 응원
전 롯데 투수 윤학길의 딸 윤지수(오른쪽)가 2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야구팬들의 성원을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항저우=뉴시스 |
[더팩트ㅣ서다빈 인턴기자] 사직 마운드에서 은은하게 롯데를 밝혀준 '고독한 황태자'의 딸이 자라 항저우 펜싱장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우천 취소로 갈 곳 잃은 야구팬들은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 투수 출신인 윤학길(60)의 딸 윤지수(30·서울특별시청)를 위해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윤지수는 그에 화답하듯 여자 사브르 개인전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6일 계속되는 가을비로 프로야구 4경기 중 오직 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전(창원 NC 파크)만 진행됐다. 우천 취소된 구단의 팬들은 KBO 레전드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의 딸인 윤지수가 결승전에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야푸(야구를 볼때 먹는 푸드)'를 '펜푸(펜싱 볼때 먹는 푸드)'로 바꾸며 윤지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전 롯데 투수 윤학길의 딸 윤지수./뉴시스 |
야구장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응원하기 위해 부르는 응원가 "ㅇㅇㅇ 날려버려~ ㅇㅇㅇ 날려버려"를 "윤지수 찔러버려~ 윤지수 찔러버려"로 개사하거나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응원가에 윤지수와 사브르 기술명을 넣어 "한국 윤지수 오오~ 한국 윤지수 오오~ 한국 윤지수 찔러 한국 윤지수 베어 오오오오오오오~" 라고 개사해 응원에 나섰다.
그들의 응원이 항저우에도 닿았는지 이날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에서 윤지수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장신의 샤오야치(중국)을 15-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통산 KBO 역사상 전무후무한 100 완투를 하며 마운드를 이끌었던 아버지의 경기를 보고 자란 윤지수는 아버지의 끈질김을 닮은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에 임했다.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오직 롯데에서만 12시즌을 보낸 윤학길은 통산 308경기에 나서 117승 94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하며 롯데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롯데에서 12년 동안 마운드를 지킨 투수 윤학길(맨 왼쪽). 사진은 2017년 한화 투수코치 시절 모습./뉴시스 |
윤지수는 상대방 키와 10cm나 차이가 나는 불리함에도 기죽지 않고 공격 찬스가 생길 때마다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마지막 한 점이 남았을 때 윤지수는 윤학길의 정교한 제구가 떠오를 만큼 집요하게 상대 선수를 빠른 속도로 공격했고 정확한 공격 성공으로 이어져 여자 사브르 개인전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2014년 이후 9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금메달을 가져오면서 대한민국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 오상욱의 금메달까지 더해져 사브르 개인전을 모두 석권했다. 2014, 2018년 아시안게임 단체전 , 2021년 도쿄올림픽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냈던 윤지수가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입상한 건 처음이다.
'고독한 황태자'라 불리던 윤학길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불렀지만, 롯데 팬들이 있었기에 고독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딸 윤지수도 혼자서 상대방과 싸우는 개인전에 참여해 고독하게 승부를 겨뤘지만, 많은 팬의 응원을 받아 고독하지 않았다.
경기를 본 야구팬들은 "관중 많을 때 시구 한 번 더 합시다", "금메달리스트로 다시 초청하자", "윤학길이랑 재진행시켜"라는 반응을 보이며 여느 때보다 더 기뻐했다.
윤지수는 지난 2021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구자로 나서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홈경기 시구자로 초청되어 공을 던졌다. 코로나 시국에 초청된 시구였기에 적은 관중들 앞에서 공을 던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야구팬들은 재 시구 요청으로 표현한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리스트로 초청되었던 윤지수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되어 돌아왔다. 롯데자이언츠 측에서 윤지수를 또 다시 시구자 초청에 나설지 주목되면서 야구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윤지수는 29일 단체전에서 동생들과 또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bongous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