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줌] 멍들어 가는 스포츠정신, 아시아인 화합 어디로?
입력: 2023.09.26 19:59 / 수정: 2023.09.26 20:37

권선우 '비매너 논란' 일파만파...유도 사격 등에서도 스포츠맨십 위배 행동 잇따라
남북대결에서도 북한선수들 감정적 대응


23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이번 대회 슬로건은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있다이지만 곳곳에서 선수들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보여 스포츠맨십을 멍들게 하고 있다. /항저우=뉴시스
23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이번 대회 슬로건은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있다'이지만 곳곳에서 선수들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보여 스포츠맨십을 멍들게 하고 있다. /항저우=뉴시스

[더팩트ㅣ이윤경 인턴기자] 신사적인 매너와 페어플레이는 스포츠 정신의 기본이다. 서로 뭉쳐도 아쉬울 시간에 경기의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일부 선수들이 승패에만 몰입돼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행동으로 스포츠맨십을 멍들게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세계 랭킹 112위 권순우(26·당진시청)는 25일 남자 테니스 단식 2회전에서 세계 랭킹 636위 태국의 삼레즈에게 패했다. 그 뒤 라켓을 바닥에 내리치고, 경기장을 홀연히 빠져나가는 등의 무례한 행동을 일삼았고, '자격 정지를 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뒤늦게 자필 사과문을 올렸지만 팬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마지막 주자 황선우의 역영을 응원하고 있는 양재훈 이호준 김우민.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하자 중국 관중들은 시상도 하기 전에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항저우=뉴시스
마지막 주자 황선우의 역영을 응원하고 있는 양재훈 이호준 김우민.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하자 중국 관중들은 시상도 하기 전에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항저우=뉴시스

같은 날 치러진 유도 남자 73kg급 16강에서는 한국의 강헌철(용인시청)이 북한의 김철광(27)과 남북대결을 펼쳤다. 치열한 접전 끝에 종료 시간 직전, 강헌철은 빗당겨치기 한판을 내주며 김철광에게 패했다. 강헌철은 경기가 끝나고 악수를 청하려 다가갔으나 유도 단일팀으로 같이 지내기도 했던 김철광은 인사 없이 그대로 몸을 돌려 매트를 빠져나갔다.

유도야말로 '예시예종(禮始禮終, 예의로 시작해 예의로 끝난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북한 김철광의 태도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 경기에서의 남북 간 차가운 모습은 단상에서도 계속돼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유진(청주시청), 하광철(부산광역시청), 곽용빈(충남체육회)으로 구성된 남자 10m 러닝타깃 대표팀은 25일 단체전에서 1668점으로 북한과 동일한 점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너텐(Inner Ten)이라고 불리는 정중앙을 맞힌 횟수가 남한 대표팀이 더 높아 승패는 갈라지면서, 북한은 단상에서 남한과 같이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

스포츠맨십이란 일반적으로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고 비정상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불의한 일을 행하지 않으며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경기의 도'이며 '동업자 정신'으로도 볼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출 때 그 승부가 비로소 완성되며 경기를 한 선수 모두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승부에만 매몰된 행동은 길거리의 싸움꾼이 다름 없는 것이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오른쪽)이 26일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테니스 국가대표 권순우의 비매너 행동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오른쪽)이 26일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테니스 국가대표 권순우의 비매너 행동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스포츠 선수의 행동 말고도, 응원 역시 스포츠 경기의 미덕이다. 드림팀이라고 불리는 황선우(20·강원도청), 김우민(22·강원도청),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 양제훈(25·강원도청)이 남자 계영 800m에서 중국을 제치고 우승하면서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퍼졌다. 하지만 시상을 하기도 전에 관중석을 메웠던 중국팬은 물론, 사람들이 빠져나가 어수선해졌다.

이름부터 '아시안게임'인 해당 대회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아시아 신생 독립국이 많아지자, 아시아 국민들 간 우호 증진과 세계 평화를 위해 생겨났다. 올림픽과 같이 4년마다 개최된다. 아시안게임 외에도 '유러피언', '아프리칸', '퍼시픽(오세아니아)', '팬아메리칸' 게임 등 대륙별로 총 5개의 지역대회 또한 존재한다.

아시안게임은 다른 대륙도 아닌, 같은 45억 아시아인들끼리의 화합과 우정을 나누는 최대 스포츠 축제다. 9세의 최연소자부터 73세의 고령자까지, 이색 경기까지 포함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다양성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 또한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있다(心心相融, @爱达未来/Heart to Heart, @Future)이다. 불필요한 감정과 심리전에 물들어 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순수해야할 스포츠정신은 멍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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