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한국야구, ‘노메달’에는 이유가 있다 [TF초점]
입력: 2021.08.07 18:05 / 수정: 2021.08.07 18:05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경기, 8회 초 1사 2루 상황 양의지가 투런 홈런을 맞고 실점 뒤 아쉬워하고 있다./요코하마=뉴시스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경기, 8회 초 1사 2루 상황 양의지가 투런 홈런을 맞고 실점 뒤 아쉬워하고 있다./요코하마=뉴시스

7일 도미니카와 동메달 결정전 패배는 한국 야구의 '환부'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 미국의 심리치료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라 커센바움은 2012년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에서 삶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의미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혼란스럽고 불운한 사건들의 실마리를 푸는 노력을 계속 해온 결과,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결국 삶의 의미를 깨닫고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소개한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참담한 실망을 안겨준 한국야구도 일본에서 충격적으로 경험한 굴욕의 의미를 깨달아 앞으로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는 의미를 깨달아 원인 분석을 철저히 한다면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선수단 구성의 잘못, 감독의 용병술 탓, 특정 선수의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 등 겉으로 드러난 미숙함만 탓한다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잘못’을 반복할 뿐이다.

선수단 구성과 용병술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한국의 김경문 감독이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타는 갈증을 물로 달래고 있다./요코하마=뉴시스
선수단 구성과 용병술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한국의 김경문 감독이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타는 갈증을 물로 달래고 있다./요코하마=뉴시스

한국 야구는 결과적으로 7일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6-10으로 패하며 ‘노메달’에 그쳤지만, 이는 단지 한 경기의 패배로 빚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그동안 한국 야구 깊숙이 자리한 나태함과 오만함, 뻔뻔함에서 빚어진 결과에 다름 아니다.

두 차례의 준결승전에서 연패한 뒤 치르는 도미니카와 3,4위전에서 1회 초 선발 김민우가 4실점하며 무너진 것이나 6-5 역전에 성공한 뒤 마무리 오승환이 8회 5점을 내주고 무너지며 6-10으로 재역전패한 것은 어느 한 선수의 잘못이 아니라 한국야구의 어긋난 현주소를 고스란히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8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에 취해 13년 만의 금메달 사냥에 도전장을 낸 한국 야구는 올림픽이란 시험대에서 그동안 국내 인기에 취해 알게 모르게 방만해진 민낯을 백일 하에 드러낸 것이다. 6개 팀이 참가해 3팀이 메달을 차지하는 희한한 방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구조 속에서 일본 미국과 치른 두 차례 준결승전을 모두 패한 뒤 도미니카와 동메달 결정전마저 패한 실력으로 대회 2연패를 운운했으니 얼마나 자아도취가 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8회 5실점하며 고개를 떨군 오승환과 선수들./요코하마=뉴시스
8회 5실점하며 고개를 떨군 오승환과 선수들./요코하마=뉴시스

또 미국과 패자준결승전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금메달 못 딴 것이 아쉽지 않다"는 김경문 감독의 말은 또 얼만나 팬들의 마음과 거리가 먼 것인가. 그럼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메달만 따는 게 목표였단 말인가.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똑 같이 패한 한국 여자배구와 야구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 이유를 한국 야구 관계자들은 뼈에 새겨야 발전이 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는 지난 6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준결승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며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팬들은 30대 선수들의 부상 투혼에 감동하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실력에서는 현격히 차이가 나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국민들의 마음을 울린 것이다.

올림픽 무대에서 보여준 한국 야구에 팬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메달을 따지 못 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절박함과 겸손함, 열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 선수들은 가진 기량의 120%를 발휘했는가? 인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집중력을 보였는가? 오죽했으면 위로와 격려 대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야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도 군 면제 혜택을 주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까지 올라왔겠는가.

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일부 프로야구단 선수들의 방역지침 위반 일탈이나 국내 프로야구 타격 상위권 선수들의 국제 무대 부진, 선수단 구성에 제 역할을 하지 못 한 관련 단체의 안일한 대응 등은 경고등이 켜진 한국 야구의 비뚤어진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구는 계속된다. 국제대회도 계속된다. 그러나 한국 야구의 ‘노메달’ 이유를 정확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는 없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꿔줬으면 좋겠습니다"를 간절히 외치는 중계 방송 캐스터나 "이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이순철 해설위원, "철저한 분석과 준비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이승엽 ‘국민타자’의 떨리는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 그들은 얼마나 4시간이 고통이었을까.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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