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도 국가대표 이선미(오른쪽)와 트렌스젠더 선수인 뉴질랜드 로렐 허버드가 2일 오후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여자역도 최중량급(87kg 이상) 경기에서 선수들이 소개되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도쿄= 뉴시스 |
인상 실패 …30대 후반 성전환 뒤 여자 종목 참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애초 남자역도 선수였다가 성전환 수술 뒤 여성으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뉴질랜드의 로렐 허버드가 인상에서 잇따라 실패하며 실격됐다.
허버드는 2일 오후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역도 최중량급(87kg 이상) 경기에서 인상 1차 시기 120kg, 2~3차 시기 125kg에서 모두 실패했다. 역도는 바벨을 바닥에서 머리 위까지 곧바로 들어올려야 하는 인상, 심봉을 어깨에 걸친 뒤 자세를 바꿀 수 있는 용상으로 나뉜다. 각각 모두 세 차례 도전할 수 있고 인상에서 실격하면 용상에 올라갈 수 없다.
허버드는 1차 시기에서 바벨을 들고 팔꿈치를 아예 펴지 못하며 실패했다.
2차 시기에서는 5kg을 늘려 125kg에 도전했다. 아슬아슬하게 바벨을 들어 올렸으나 이중 동작으로 판단돼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 심판진은 모든 국제대회를 통틀어 이중 동작에 가장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시기에서도 바벨을 떨어뜨리며 실패했다. 인상에서 실격하며 용상행이 좌절된 허버드는 애써 웃어 보이며 "땡큐"(Thank you)라 인사하고, 관계자들만 앉아 있는 관중석을 향해 고개숙여 인사한 뒤 퇴장했다. 그의 발걸음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허버드는 올해 마흔 세살로, 이번 도쿄올림픽 여자역도 선수 가운데 가장 연장자다.
해설진은 "심적으로 굉장히 힘든 경기였을 텐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묵묵히 도전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허버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2017년부터 여자역도 종목에 출전해왔다.
그는 수술 전인 10대 후반~20대 초반에도 역도 선수로 활동했다. 당시에는 남자 105kg 급에서 주로 활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중반에 들어서 선수 활동을 중단한 허버드는 30대 후반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후 2017년부터는 국제 대회에서 여자 종목에 출전했다.
지난 6월 허버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칙에 따라 뉴질랜드 역도 대표로 선발됐다. IOC는 성전환 수술을 한 선수의 남성호르몬 혈중농도가 최소 12개월 동안 리터당 10나노몰 미만일 경우 여성으로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허버드의 출전은 규칙상 문제가 없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반발했다. 허버드와 같은 체급 경쟁자인 벨기에의 안나 반벨링겐은 "트렌스젠더 커뮤니티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규칙 때문에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며 허버드의 출전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허버드를 비난하는 여론까지 커지자 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는 "비난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겠다. 인터넷상 공격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한국 대표로 여자역도 최중량급에 출전한 이선미는 인상에서 3차 시기 모두 가볍게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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