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질랜드] 역습에 무너진 '김학범호', 8강 진출 '가시밭길'
입력: 2021.07.22 19:52 / 수정: 2021.07.22 20:16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22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B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의 밀집수비에 막혀 골을 넣지 못 하고 0-1로 패배했다./가시마=뉴시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22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B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의 밀집수비에 막혀 골을 넣지 못 하고 0-1로 패배했다./가시마=뉴시스

22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B조 1차전 0-1 '충격패'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결국 우려가 최악의 현실로 나타났다. 메달 사냥을 노리던 김학범호가 뉴질랜드의 밀집수비를 공략하지 못 하고 골 결정력 부족을 노출한 가운데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며 두 장의 8강 진출 티켓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이 뉴질랜드에 패한 것은 A매치와 올림픽팀 경기를 통틀어 사상 처음인 만큼 충격이 컸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2일 오후 일본 가시마의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63%-37%의 경기 주도권을 쥐고도 후반 25분 경계대상 1호로 꼽힌 크리스 우드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한국은 여러 차례 골 찬스를 잡고도 부정확한 슛으로 골문을 열지 못 해 선제 결승골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첫승을 노렸던 상대 뉴질랜드에게 0-1로 패한 한국선수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벗어나고 있다./가시마=뉴시스
첫승을 노렸던 상대 뉴질랜드에게 0-1로 패한 한국선수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벗어나고 있다./가시마=뉴시스

뉴질랜드의 대니 헤이 감독은 A대표 선수의 90%의 선수들로 올림픽팀을 구성하고도 철저한 '선 수비-후 역습' 전략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수비수로 내리는 5백 전술을 펴며 한국의 무딘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에서 결국 결승골을 뽑아내며 '벤치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뉴질랜드는 2차례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에 참가했지만 6경기 2무4패로 승리가 없다가 세 번째 올림픽 참가에서 한국을 상대로 첫 승이란 대어를 낚았다.

반대로 한국은 그동안 뉴질랜드와 경기에서 A매치 6승 1무, 올림픽 대표팀 3전 전승으로 앞서 있었으나 도쿄올림픽 첫 경기에서 충격적인 첫 패배를 기록하며 '흑역사'를 남겼다.

스피드와 템포를 살리지 못 한 게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스피드와 경기 템포가 살아나지 못한 것은 와일드 카드와 기존 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이 않은 데다 더블 볼란치로 나선 원두재 김동현의 부진이 한 몫을 했다. 패스와 슛이 상대 수비수에 맞고 방향이 바뀌거나 차단당하는 것은 템포를 빼앗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다. 상대 수비수가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을 흔들어야 하는데 예측 가능한 패스와 슛으로 일관하다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김학범 감독이 상대 밀집수비에 막혀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심각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가시마=뉴시스
김학범 감독이 상대 밀집수비에 막혀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심각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가시마=뉴시스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김학범호는 최전방의 황의조와 권창훈-이강인-엄원상을 공격 2선에 세우며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상대 페널티박스 진영 밖에서 볼을 소유했지만 촘촘하게 일자로 늘어선 뉴질랜드 5백을 뚫지 못 하고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권창훈은 전반 세 차례의 결정적 득점 찬스에선 서두르거나 부정확한 슛으로 골을 넣지 못 했다.

더블 볼란치로 나선 김동현과 원두재는 공격을 지원하고 수비라인과 유기적 호흡을 맞추는 앵커 역할을 해야하는데, 한국의 공격이 차단된 뒤 나오는 상대 역습을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 했다. 후반 25분 우드의 결승골 또한 수비라인이 급격히 흔들린 결과였다. 저스트의 중거리 슛을 중앙 수비수 정태욱이 걷어내다가 빠뜨리자 장신의 크리스 우드가 머리 대신 오른발로 세컨드 볼을 가볍게 밀어넣어 결승골을 기록했다.

뉴질랜드의 대표적 골잡이 우드의 골은 부심의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무산되는가 했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골로 인정됐다. 우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 소속의 191㎝ 장신 골잡이로 한국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혔다. EPL 무대에서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검증된 골잡이로 제공권에 강점을 지녔으며 2009년부터 성인 대표로 나서 A매치 57경기 24골을 기록 중인 선수여서 경계했으나 결국 골을 내주고 말았다.

김학범 감독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전반을 0-0으로 마치자 후반 13분 공격 2선의 이강인 권창훈 엄원상을 송민규 이동준 이동경으로 교체하며 변화를 시도했으나 결정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최전방의 황의조는 뉴질랜드 수비벽에 쌓여 제대로 된 골 찬스를 잡지 못 한 채 고군분투했다. 한국은 정승원과 박지수를 잇따라 투입하며 만회골을 노렸으나 끝까지 뉴질랜드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국은 25일 루마니아, 28일 온두라스와 조별리그 두 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최소 조 2위 안에 들어야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이강인과 황의조 권창훈의 조합이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감에 따라 아직 포기는 이르다. 그동안 준비한 플레이만 제대로 펼친다면 대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5명까지 교체를 허용한 올림픽 축구는 지역 예선을 통과한 16개국이 4팀씩 4개 조로 나뉘어 각 조 1~2위가 8강 토너먼트에 올라 단판 승부로 우승팀을 가린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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