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페더러 벽 못 넘었다! 정현이 16일 펼쳐진 BNP파리바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백핸드 스트로크를 시도하고 있다. 정현은 페더러의 벽에 막혀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인디언웰스(미국)=게티이미지 |
정현, 페더러에게 0-2 패배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정현 잘 싸웠지만, 부족했다!'
역시 세계랭킹 1위의 관록은 대단했다. '차세대 챔피언' 정현(22·한국체대)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 두 번째 대결에서도 패했다. 지난 1월 호주오픈 이후 49일 만에 재대결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현은 16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 테니스가든에서 끝난 페더러와 2018 ATP투어 BNP파리바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1세트를 접전 끝에 5-7로 잃으며 끌려갔고, 2세트를 1-6으로 빼앗기며 백기를 들었다. 페더러와 역대 전적에서 2전 2패로 밀리게 됐다.
'승부처에서 확실한 마무리'를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정현은 1세트에서 0-3으로 뒤지다가 3-3 동점을 이루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5-5 타이까지 성공하며 페더러를 압박했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페더러에게 11게임을 내준 뒤, 자신이 서비스 한 12게임을 잃어 1세트를 가져오지 못했다.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실수가 나왔고, 서브의 정확도와 강도에서 뒤졌다.
2세트 1게임에서는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놓치며 패배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현은 페더러가 서비스를 쥔 1게임에서 기세를 올리며 브레이크 찬스를 얻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발리샷이 정교하지 못해 네트에 걸리며 게임을 따내지 못했다. 마무리 기회를 놓친 뒤 포인트를 잃으며 1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리드를 잡고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찬스가 날아갔다.
딸 수 있었던 게임을 놓치면서 정현은 힘이 많이 빠졌다. 2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면서 위기를 맞이했고, 6게임에서 다시 한번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결국 2세트를 1-6으로 허무하게 내주고 경기에서 패했다.
정현 0-2 페더러. 페더러가 강력한 포핸드로 정현을 공략하고 있다. 페더러는 정현을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인디언웰스(미국)=게티이미지 |
정현은 파블로 쿠에바스와 16강전에서도 '마무리 부족'의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를 완벽하게 매조지을 수 있는 2세트 막바지에 잔실수가 나와 힘을 좀 더 뺐다. 대세에 지장은 없었으나 승리에 쐐기를 박는 확실함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페더러와 8강전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찬스에서 2% 부족한 경기력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현과 맞대결에서 페더러는 강약조절을 완벽하게 하면서 승리를 따냈다. 송곳같은 서비스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착실히 지켰고, 정교한 스트로크와 서브 앤 발리, 로빙샷 등을 다양하게 구사하며 정현을 괴롭혔다. 정현이 패기를 앞세워 추격해오자 서브 속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스트로크 각도를 더 크게 벌리면서 포인트를 쌓았다. '승부처에서 더 집중하고 확실하게 마무리한다.' 쉽게 들리지만 결코 쉽지않은 승리 공식을 경기에 잘 녹이며 승전고를 울린 페더러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정현. 페더러와 '제대로' 맞붙으며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확인했다. 세계 톱랭커도 긴장하게 만들 정도로 기본기와 투지가 대단했다. 하지만 경기운영과 강약조절, 마무리 등에서 확실히 부족함을 느꼈다. 정현이 페더러전 완패를 더 큰 선수가 될 밑거름으로 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