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의 길거리 사회학] 체육연금, 이젠 구시대 적폐 아닌가
입력: 2018.03.10 05:00 / 수정: 2018.03.10 05:00

사회가 발전하면서 스포츠를 통한 국민사기 진작, 국민통합, 국위선양의 효과도 점점 반감됨에 따라 이젠 체육연금도 시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장면. /임영무 기자
사회가 발전하면서 스포츠를 통한 국민사기 진작, 국민통합, 국위선양의 효과도 점점 반감됨에 따라 이젠 체육연금도 시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장면. /임영무 기자

[더팩트|임태순 칼럼니스트]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겐 푸짐한 포상이 기다리고 있다. 온갖 유혹을 이겨내고 오랜 시간 땀을 흘렸으니 달콤한 보상이 따르는 것도 당연하다.

소속 경기단체에서 주는 격려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건 체육연금이다. 체육연금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금은 체육진흥기금과 스포츠토토 등의 체육복권 사업을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지급한다. 체육연금의 정확한 용어는 경기력 향상 연구 연금이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경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점수를 주고 일정 점수가 넘으면 연금을 준다. 올림픽 금은 100만 원, 은메달은 75만 원, 동메달은 52만 5천 원의 연금이 지급된다.

체육연금은 알려진 대로 국위선양을 한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직 우리나라가 잘 살지 못하던 가난한 시절의 산물이다. 지금이야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과거에는 ‘6.25 전쟁이 일어난 나라’, ‘남과 북으로 나뉜 분단국가’로만 알려질 정도로 우리나라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이런 시절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국민들 사기가 올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고 나라 이름도 알려져 그야말로 국위선양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지 오래고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등 빅 스포츠 이벤트가 잇달아 열려 설령 남이 우리를 모른다 해도 개의치 않을 정도가 됐다. 그래서 더 이상 선양할 국위도 없게 됐다. 나아가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보다는 국격, 국민의 민도 등 또 다른 차원의 국가 위신을 더욱 중요하게 여길 정도로 사회분위기가 바뀌었다.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을 많이 차지했다고 해서 브라질을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도덕심, 질서의식 등 정신적 인프라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결과를 중시하는 성적지상주의에 목매는 국민들도 적어졌다. 이젠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낼 정도로 사회가 어른스러워졌다.

연금이란 성격에 비추어 봐도 체육연금은 특혜가 많다. 국민연금은 본인이 일정 부분 부담하고 받는 것인데 반해 체육연금은 본인이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또 국민연금은 60대 이후의 노년에 받지만 체육연금은 20~30대의 젊은 시절부터 지급받아 혜택 기간이 길다. 25세에 올림픽 금을 딴 선수가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모두 60년간 연금을 받는다. 평생 받는 연금은 7억 2천 만 원에 이른다. 반면 국민연금을 평생 부어 60세에 최고수준인 150만원의 연금을 받는 사람이 85세까지 살 경우 연금 수급기간은 25년에 불과하고 수령하는 연금도 4억 5천 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저래 혜택이 많다.

스포츠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량연마를 통한 자기성취, 자기발전이라는 아마추어 차원을 넘어 이젠 프로화돼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됐다. 스포츠 스타가 되면 유명인이 되는 것은 물론 돈방석에 오른다. 일각에선 시대가 달라진 만큼 국위선양 차원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기종목에 이르면 좀 생각이 달라진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을 한 야구를 보자. 우승의 주역들은 프로야구가 인기를 끌면서 수억 원 안팎의 연봉과 함께 수 십 억 원의 계약금을 따로 받는다. 올림픽에서 우승한 공로로 소속단체에서 별도의 거액의 포상금을 받고 여기에 평생 연금까지 받았다. 게다가 선수들은 병역혜택 특혜까지 받았다. 펜싱, 체조 등 비인기종목 선수들이라면 몰라도 큰 돈을 받는 인기 프로스포츠 종목 선수들에게까지 주는 것은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체육연금은 2000년 올림픽 금 100만 원으로 정해진 이후 그대로이다. 이것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연금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체육연금은 지난해 127억 원이 지급됐다. 2000년에 28억 원이었으니 17년 만에 4.5배 는 것이다. 스포츠 강국이 되면서 앞으로 연금 지급액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체육연금은 복권사업 수입금으로 지급하는 것이어서 세금이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모르겠지만 복권도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스포츠를 통한 국민사기 진작, 국민통합, 국위선양의 효과도 점점 반감되고 있다. 이젠 체육연금도 시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연금대상을 비인기 종목 선수들로 제한한다든가 아니면 일시불로 주는 등 여러 방안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남는 돈으로 비인기 종목 시설에 투자하거나 국민생활체육시설을 확충하는 게 좀 더 공평할 것 같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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