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 '노선영·김보름·박지우' 팀추월 여자대표팀, 끝까지 '팀'은 없었다!
입력: 2018.02.22 17:08 / 수정: 2018.02.22 17:46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순위결정전에 출전한 한국 대표 김보름(왼쪽), 박지우(가운데), 노선영이 레이스를 마치고 트랙을 돌고 있다. /강릉=임영무 기자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순위결정전에 출전한 한국 대표 김보름(왼쪽), 박지우(가운데), 노선영이 레이스를 마치고 트랙을 돌고 있다. /강릉=임영무 기자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끝까지 팀은 없었다.

21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대표팀 노선영(29·콜핑팀)-김보름(25·강원도청)-박지우(20·한국체대)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7~8위 결정전에 나섰다. 대표팀은 19일 준준결선 때보다 3초54나 뒤진 3분7초30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3분03초11의 폴란드에 이어 최종 8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노선영은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경기장에 도착해 몸을 풀었다. 이어 김보름과 박지우, 예비선수 박승희가 도착해 20여 분간 함께 훈련했다. 선수들은 훈련 중 간간히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 내용도 좋지 못했다.

레이스 도중 서로를 밀어주기도 했지만, 준준결선 때보다 3초 이상 차이나는 기록을 보이며 오히려 뒷걸음질 했다. 경기 후에도 서로를 향한 격려나 위로 없이 일체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경기장을 떠났다.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준 남자 팀추월팀과 금메달을 딴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팀이 서로를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과 극명하게 비교됐다.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선전 후 박지우(왼쪽), 김보름(가운데), 노선영이 경기 결과에 아쉬워 하고 있다. / 강릉=임영무 기자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선전 후 박지우(왼쪽), 김보름(가운데), 노선영이 경기 결과에 아쉬워 하고 있다. / 강릉=임영무 기자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물론 '꼴찌'도 할 수 있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다. 문제는 실종된 팀워크다. 4년을 함께 땀흘려 준비한 올림픽에서 정작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 서로를 향해 비수를 겨누는 지금의 대표팀에게 세계 8위라는 성적도 어찌보면 과분한지 모르겠다.

공식적인 팀추월 경기는 끝났지만, 대표팀은 또 다른 난관 앞에 서있다. 이른바 '노선영 왕따 논란'으로 불거진 진실 공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다. 김보름과 백철기 대표팀 감독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된 19일 준준결선 경기 상황을 설명하며 "경기 전날 함께 작전을 짰고, 노선영이 마지막 두 바퀴에서 후미를 자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선영은 같은 날 SBS와 인터뷰에서 "작전을 논의한 적 없다"며 "후미로 가겠다고 자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직 진상이 규명된 건 아니지만 여자 추월팀은 올림픽 이전부터 내부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선영은 애초 빙상연맹의 행정 실수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받지 못했다가 러시아 선수의 자격 박탈로 뒤늦게 재입촌했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평창행이 좌절된 후 노선영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팀추월 훈련을 제대로 못했고, 특정 선수들이 훈련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선영이 지적한 특정선수 중 한 명이 김보름이다.

김보름 역시 억울하다. 팀추월 한 종목에 출전하는 노선영과 달리 김보름은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순위 경쟁인 매스스타트 경기 특성 상 코너링이 중요하다. 김보름 등 몇몇 선수는 코너링 강화를 위해 태릉선수촌이 아닌 한국체대에서 특별훈련을 받았다.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선전 경기 중 한국의 김보름(왼쪽), 박지우(가운데), 노선영이 역주를 하고 있다. / 강릉=임영무 기자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선전 경기 중 한국의 김보름(왼쪽), 박지우(가운데), 노선영이 역주를 하고 있다. / 강릉=임영무 기자

팀추월에 방점을 찍은 노선영이 볼 때 팀추월과 매스스타트를 오가는 김보름이 못마땅했을 수 있다. 김보름 또한 대표 자격 박탈 후 올림픽을 눈 앞에 두고 자신을 지목하며 치부를 드러낸 노선영이 곱지 않게 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4년을 한솥밥을 먹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빙판의 한기를 구슬땀으로 녹인 '팀 코리아'라면, 개인이 아닌 팀을, 그리고 응원하는 국민들의 성원을 생각했다면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졸렬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리라.

20대 초·중·후반의 선수들에게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선수를 앞세워 자기와 다른 파벌을 배척하고 흠집 내는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이다. 이들은 올림픽을 4년간 노력의 결실을 맺는 '기회의 장'이 아닌 자신들의 세력을 결집·확산하는 또 다른 의미의 '기회의 장'으로 활용했다. 스포츠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순간, 선수들의 희생은 불가피해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여자대표팀은 대회 마지막까지 하나의 팀으로서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팀은 하나여야 한다. 빙상계는 어린 선수들에게 파벌에 따른 편가르기가 아닌 스포츠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끝까지 팀으로 하나가 될 수 없었던 제2, 제3의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가 나오지 않는다. 이들 역시 피해자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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