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기자] 35년 전 오늘 프로복서 김득구가 2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김득구는 1982년 11월 14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팰리스호텔 특설링에서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챔피언 레이 맨시니와 타이틀전을 벌였다. 14회 시작 직후 맨시니에게 턱을 맞고 쓰러진 뒤 몸을 일으켰으나 KO가 선언돼 패했다. 이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데저트 스프링스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 결국 입원 99시간 만인 18일 세상을 떠났다.
김득구는 9회까지 맨시니를 상대로 잘 싸웠으나 11회 이후 체력이 떨어지며 상대에게 난타를 당했다. 당시 김득구가 위험한 상태였음에도 경기를 계속 진행한 주심 리처드 그린은 7개월 뒤 자살했다. 김득구의 사망을 계기로 세계복싱평의회(WBC)는 선수 보호를 위해 세계타이틀전 15회 경기를 12회로 줄였고 라운드 사이의 휴식시간을 60초에서 90초로 늘렸다. 스탠딩 다운도 도입했다. WBA와 국제복싱연맹(IBF)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선수 보호를 위한 제도 변경에도 불구하고 복싱 선수의 사망 사고는 사라지지 않았다. 반복적인 타격으로 뇌에 충격이 가해져 의식을 잃게되는 복싱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득구 사망 25년 뒤인 2007년 12월 최요삼이 세계복싱기구(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털 타이틀 1차 방어전을 치른 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9일 뒤 사망했다. 지난 6월에는 팀 헤이그가 에덤 브레이드우드(이상 캐나다)와 경기에서 다섯 차례나 다운된 끝에 KO패 당했고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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