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마쓰오카와 니시코리, 이형택과 정현
입력: 2017.11.13 06:39 / 수정: 2017.11.13 06:51
정현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 젠 파이널 결승에서 승리한 뒤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정현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 젠 파이널 결승에서 승리한 뒤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정현(21)이 한국 테니스의 자랑이었던 이형택(41)의 빛나는 기록들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세계 54위인 정현은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넥스트 젠 파이널 결승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37위,러시아)를 3-1(3-4 4-3 4-2 4-2)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의 ATP 투어 대회 제패는 2003년 1월 이형택이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데 이어 두 번째다.

ATP 투어는 매 시즌 최고 선수 8명이 출전하는 ATP 파이널을 개최해 한 해를 결산한다. 정현이 우승한 넥스트 젠 파이널은 21세 이하 가운데 8명이 출전하는 '차세대(Next Gen) 왕중왕전'으로, 올해 창설됐다. 정현이 다음 세대의 간판주자로 떠오른 것이다.

넥스트 젠 파이널에 이어 12일 영국 런던에서 ATP 파이널이 시작됐다. 올해 호주오픈과 윔블던 타이틀을 차지한 로저 페더러(세계 2위,스위스)가 첫날 경기에서 잭 삭(9위, 미국)을 2-0(6-4 7-6)으로 꺾었다. 지난해 ATP 파이널에는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28)도 출전했다. 니시코리는 손목 부상 등으로 최근 세계 20위 밖으로 밀려나며 올해 대회에는 나서지 못했다.

니시코리는 일본이 자국의 테니스 영웅이었던 마쓰오카 슈조의 뒤를 잇도록 키워낸 선수다. 일본의 대기업 소니를 세운 모리타 아키오의 동생으로 일본 테니스협회장이었던 모리타 마사아키가 테니스 펀드를 만들어 마쓰오카를 넘어설 유망주를 육성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이 니시코리였다. 소니 등의 지원을 받은 니시코리는 14세 때 미국으로 테니스 유학을 떠났고 11년 만에 US오픈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마쓰오카가 기록했던 세계 46위를 넘어서기 위한 '프로젝트 45'는 성공했다. 니시코리는 마쓰오카에 이어 일본 남자선수로는 두 번째로 ATP 투어대회 단식 챔피언이 됐고 아시아 남자선수로는 가장 높은 4위까지 올랐다.

한국 테니스를 대표하는 레전드는 이형택이다. 세계 36위를 기록했고 ATP 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에서 두 차례나 16강에 진출했다. 그 이형택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가 정현이다.

정현은 2015년 한국 남자 선수로는 이형택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톱 100에 진입했다. 이후 이형택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승리를 기록했고, 올해 프랑스오픈에서는 32강에 진출했다. 32강에서 니시코리와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아깝게 져 이형택의 메이저 16강 기록에 이르지 못했다. 3회전 진출도 이형택 이후 10년 만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정현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며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약점으로 지적됐던 서브가 몰라보게 좋아졌고, 스트로크도 갈수록 정교해졌으며, 위기관리 등 경기 운영 능력도 정상급 투어 선수다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강한 '멘털'이 돋보인다.

이형택이 24세였던 2000년에 100위 안에 들었던 것에 비해 정현은 5년이나 일찍 그 단계로 올라섰다. 투어 대회 우승은 6년 빠르다. 이형택이 한국 선수 역대 최고 랭킹인 36위를 기록한 것은 31세 때인 2007년이다. 정현은 지난 9월, 21세의 나이로 자신의 최고랭킹 44위를 기록하며 이형택에 근접했다.

넥스트 젠 파이널 챔피언에 오른 정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의미 있는 대회 우승으로 시즌을 마쳐 기쁘다"며 "당분간 쉬면서 2018년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형택은 물론 니시코리마저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그의 2018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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