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컵] 한국 첫 PGA 투어 정규대회, 한국의 갤러리
입력: 2017.10.20 04:00 / 수정: 2017.10.20 04:00

PGA 투어 정규대회인 ‘더 CJ 컵 @ 나인브릿지’ 대회가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가운데 수많은 갤러리들이 이동하고 있다. /서귀포=문병희기자moonphoto@tf.co.kr
PGA 투어 정규대회인 ‘더 CJ 컵 @ 나인브릿지’ 대회가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가운데 수많은 갤러리들이 이동하고 있다. /서귀포=문병희기자moonphoto@tf.co.kr

[더팩트 | 서귀포=최정식기자]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갤러리를 '페이트런(patron)'이라고 부른다. 예술을 사랑하는 후원자처럼 마스터스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고객으로 여기는 것이다. 존중하기도 하지만 엄격한 규정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오거스타를 찾는 갤러리가 모두 페이트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보통 팬과 페이트런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골프화를 신고 골프와 관련된 모자를 썼으면 페이트런, 구두나 샌들을 신고 자기가 좋아하는 팀의 야구모자를 썼으면 팬이다. 골프장에서 한 번에 한 컵씩 맥주를 사서 적당히 마시면 페이트런, 골프를 보러 온 것인지 술을 마시러 온 것인지 알 수 없으면 팬이다. 샷의 난이도에 따라 적절하게 박수를 치면 페이트런, 선수들의 플레이에 돈을 걸고 환호하거나 실망하면 팬이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오면 페이트런, 남자 또는 여자들끼리 떼를 지어 오면 팬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수준이 높다고 해서 갤러리 수준까지 그만큼 높지는 않다. 골프장 예절을 잘 지키는 갤러리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갤러리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도 갤러리의 관전 예절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휴대전화 벨소리, 시도 때도 없이 찍어대는 사진, 선수들이 집중하고 있는 순간의 이동 등 경기에 방해가 되는 행동들이 문제가 됐다. 한편으로는 갤러리에 대한 지나친 통제 때문에 "숨도 쉬지 말라는 말이냐"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갤러리가 경기를 방해할까봐 그린에서 너무 떨어진 곳에 줄을 쳐놔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 최초의 PGA 투어 정규대회인 더CJ컵@나인브릿지가 19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막을 올렸다. 경욱호 CJ그룹 마케팅 부사장은 이날 "평일인데도 오전에만 3500명의 갤러리가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개인 구매가 1만명에 달해 많은 이들이 이 대회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더CJ컵@나인브릿지 공식 페이스북
더CJ컵@나인브릿지 공식 페이스북

오전 8시 30분 10번홀에서 한국의 배상문이 미국의 저스틴 토머스, 팻 페레즈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이 조가 가장 관심을 끌었다. 배상문은 한국 팬들에게 인기가 높고, 토머스는 지난 시즌 PGA 투어 최고의 선수이며, 페레즈는 이 대회 직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 클래식 우승자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100여명의 갤러리가 이 조의 뒤를 따랐다.

1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토머스는 "우리가 갤러리가 많았던 것 같다. 배상문이 홈 팬들에게 인기가 많으니 팬들이 우리도 응원할 수 있게 좋은 플레이를 해야겠다며 페레즈와 농담을 했다. 배상문 덕에 갤러리의 응원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상문과 관계없이 토머스를 응원하는 갤러리가 적지 않았다. 그가 어떤 선수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첫 홀을 보기로 출발했던 토머스가 파5의 12번홀에서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자 이글을 예감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첫 홀에서 롱 퍼트로 버디에 성공하고, 12번홀에서 벙커샷으로 다시 버디를 잡았을 때도 갈채가 쏟아졌다. 배상문은 "저스틴, 저스틴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커서 토머스의 한국팬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첫 홀에서 토머스가 티샷을 하기 직전 그의 캐디가 "노 카메라 플리즈"라고 외쳤다. 몇몇 갤러리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12번홀 그린에서는 갤러리의 이동 때문에 퍼팅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PGA 투어답게 그린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갤러리의 진입을 허용했음에도 관전 예절과 경기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선수의 국적에 관계없이 좋은 플레이에 갈채를 보내는 이들이 경기를 방해할 리 없다. "주말에는 더 많은 갤러리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토머스의 말은 결코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한국에는 '페이트런'의 자질을 갖춘 골프팬들이 적지 않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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