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양동근과 유재학 감독. 더팩트DB |
[더팩트 | 최정식기자] "약점이 없다."
2017-2018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가 1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오는 14일 개막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서 대부분의 감독들은 KCC나 SK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그런데 프로농구 최다승 사령탑인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전자랜드가 우승후보라고 예상했다. 유 감독은 "스피드, 높이, 조직력, 해결사 등 어느 것 하나 모자라는 게 없다. 거의 완벽하다. 다른 감독들이 우승후보로 생각하는 팀들도 약점은 있는데 전자랜드는 약점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농구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매우 중요한 스포츠다. 수비를 비롯한 조직력으로 선수 구성의 약점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올시즌 선수 구성이 가장 좋은 팀은 KCC다. 최장신 센터 하승진과 포인트가드 전태풍이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오고, 최고의 테크니션 안드레 에밋이 건재하며,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득점력이 뛰어난 이정현까지 영입한 KCC가 우승후보로 꼽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당연하다.
전자랜드는 박찬희 등 가드진이 좋고 포워드 정효근과 강상재의 성장이 눈에 띈다. 외국인선수 조쉬 셀비와 아넷 몰트리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선수만 놓고 보면 KCC에 비할 바는 아니다. 유재학 감독은 전자랜드의 전력이 좋아진 것뿐 아니라 이미 갖고 있었던 저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전자랜드는 이렇다 할 선수가 없을 때에도 특유의 '끈끈함'으로 강팀들을 괴롭혀 왔다. 특정 선수의 능력보다는 팀 전체의 조직력을 중시하고 수비를 강조하는 유재학 감독은 전자랜드 같은 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차원에서 '덕담'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공격은 선수가 하고 수비는 감독이 만든다"는 출사표는 그런 면에서 유재학 감독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감독들이 서로 궁금한 것을 묻는 순서에서 유재학 감독은 "질문보다는 오리온 추일승 감독에게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지난 시즌까지는 멤버가 좋았는데 이번에는 어려운 시즌을 보낼 것 같다. 힘들어도 스트레스 받지 말고 건강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추 감독은 "고맙네"라며 웃었다. 유 감독과 추 감독은 82학번 동갑에 실업농구 기아자동차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미디어데이에 흔히 나오는 '웃자고 하는 얘기'만은 아니다.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 약화가 가장 두드러진 팀이 오리온이기 때문이다. 한때 "두 팀을 만들어도 된다"고 할 정도의 전력을 자랑했지만 이승현과 장재석이 군 입대하면서 포스트가 약해졌고, 김동욱이 FA로 팀을 떠났으며 해결사 애런 헤인즈도 없다. 세부 전술을 구사하는데 능하고 보유 전력에 비해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재학, 유도훈 감독에 못지 않은 추 감독이기에 농담 같은 위로를 던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는 어떨까? 유재학 감독은 "올시즌 목표가 두 가지다. 하나는 성적, 하나는 발전이다. 양동근과 함지훈이 아직 건재할 때 좋은 성적을 내야 하고 그렇지 못할 때를 대비해 전준범과 이종현이 새로운 팀의 간판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준범은 이미 간판슈터로 어느 정도 자리잡았고, 이종현은 프로 적응을 마쳤다.
KCC는 공격성향이 강한 선수들의 역할을 조정하고 팀 전체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 문제가 있다. SK는 시즌 전 연습경기를 통해 강해진 모습을 드러냈지만 KCC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승부는 수비와 조직력이라는 유재학 감독의 관점에서 보자면 강하기는 하지만 해볼 만한 상대들이다. 전자랜드를 우승후보로 꼽은 이면에는 올시즌 현대모비스의 정상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을 수도 있다.
malis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