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데자뷔, 1988년 서울과 2018년 평창
입력: 2017.09.22 11:47 / 수정: 2017.09.22 14:06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프랑스 스포츠장관이 평창올림픽 불참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은 서울올림픽 개회식 장면./ 서울신문 제공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프랑스 스포츠장관이 평창올림픽 불참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은 서울올림픽 개회식 장면./ 서울신문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의 기자 출신 작가 제라르 드 빌리에르는 '평양의 여군단(Les amazones de Pyongyang)'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다. 스웨덴, 일본 등에서 미녀들이 평양으로 납치돼 북한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고 '여전사'가 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서울로 보내져 미국 선수들에게 접근한다. 미국인들을 살해해 올림픽을 큰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목적이다. 이 소설은 서울올림픽의 안전에 대해 세계가 얼마나 큰 우려를 갖고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140일 앞둔 21일 프랑스의 로라 프레셀 스포츠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적 긴장 상태가 지속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프랑스는 동계올림픽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프레셀 장관은 라디오 방송 RTL과 인터뷰에서 "상황이 악화돼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 선수단은 프랑스에 있을 것"이라며 "선수단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자국의 평창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올림픽 개막 한 달여 전부터 해외 언론은 2~3일에 한 번 꼴로 대회의 안전과 관련된 보도를 쏟아냈다. 이 때문에 각국 선수단은 현지 적응을 위한 전지훈련지로 한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했고, 관광객 수도 예상에 크게 못미쳤다.

서울올림픽에는 중국과 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이 참가했기 때문에 북한의 직접적인 무력도발 가능성은 낮았지만 돌발적인 테러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소련은 국제적인 관계, 자국 선수단의 안전 등을 고려해 북한에 올림픽 방해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당시 소련은 북한으로부터 어떤 도발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북한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국가여서 소련의 설득도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안전 올림픽'을 위한 갖은 노력으로 서울올림픽은 큰 사고 없이 치러졌고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관광객 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그러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지나친 검문검색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불가피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최근의 한반도 긴장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와 IOC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최근의 한반도 긴장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와 IOC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평창올림픽에 대한 프레셀 장관의 언급은 가능성을 열어 놓았을 뿐 불참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긴밀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불참 가능성 발언은) 프랑스 선수단이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올림픽 때에는 '가장 위험해 보이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우려의 바탕이었지만 지금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라는 구체적인 징후가 있다. 서울올림픽 때는 프랭크 칼루치 미국 국방장관이 소련과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달래기 위해 애를 썼다.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UN 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 등의 강경 발언을 했을 만큼 북미 관계가 악화돼 있다. 북한의 직접적 도발 가능성과는 별개로 남북한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80km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해외 관광객들의 평창올림픽 티켓 구매에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22일 "대회의 안전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조직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하며 "최근의 한반도 긴장 상황을 놓고 한국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물론 각국 올림픽 위원회(NOC)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IOC 역시 현재의 상황이 올림픽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서울올림픽 때와 거의 같은 상황이다. 다만 더 큰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30년 전 그때처럼 이번에도 위기를 잘 넘기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기를 기대한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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