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미사일과 피겨스케이팅
입력: 2017.09.16 04:00 / 수정: 2017.09.16 10:57
북한이 15일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 해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북한이 15일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 해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북한이 15일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데 이어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긴장 상태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사일이 자국 상공을 통과한 일본은 군사적 도발이라며 북한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북한과 정상적인 교류가 가능하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분야가 바로 스포츠다.

지난 8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대회 일정이 발표됐다. 남북한과 중국, 일본 등 4개국 남녀 대표팀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 개최국은 일본인데 남자부는 도쿄에서, 여자부는 지바에서 열린다. 국내에서의 관심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 이외의 첫 공식대회 출전에서 한일전을 치른다는데 쏠렸다. 북한의 참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동아시안컵에 대해 프랑스 스포츠지 레퀴프가 큰 관심을 보였다. 중요한 대회여서가 아니라 현재의 상황 때문이다. 레퀴프는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이 도쿄에서 북한을 맞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일본, 한국, 북한, 중국이 위치한 동아시아 지역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정치적 긴장 상태에 있다. 미사일 중 하나는 최근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 4개국은 축구 대회를 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낙하한 것이 지난달 29일의 일이다. 동아시안컵 일정이 발표되기 5일 전에는 핵실험도 했다. 그런데도 담담하게 북한 대표팀을 받아들여 대회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프랑스 언론에는 놀랍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동아시안컵이 이런 상황에서 열리게 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일본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후 2~3년 간격으로 개최됐는데 4년 전 한국에서 열렸을 때 역시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전쟁 위협이 있었고 'NLL 대화록'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웠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인공기가 걸렸다. 북한 선수단의 분위기도 차분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역시 군사적 긴장이 높은 가운데 북한이 참가했다. 정치적 긴장 상태에서 북한과 스포츠 교류를 하는 것은 이 지역에서 하나의 '일상'이었던 셈이다. 스포츠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현실세계와 유리된 '비일상성'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렴대옥과 김주식이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연기하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북한의 렴대옥과 김주식이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연기하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현실문제가 스포츠세계로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북한을 동참시켜야 할 필요가 생긴다. 5개월 뒤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이 그렇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제재에 나선 지난 12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집행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상황이)대회의 안전을 위협할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IOC는 계속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현재까지 북한에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선수가 없다. 이 때문에 IOC는 이달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에서 북한이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와일드카드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례로 출전권을 얻게될 가능성이 큰 선수는 페어 종목의 렴대옥과 김주식이다. 페어를 결성한지 2년째인 이들은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후 헬싱키 세계선수권에서는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IOC가 이처럼 와일드카드까지 사용해 북한을 동계올림픽에 참가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올림픽 기간 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평화 올림픽'이라는 명분에 앞서 안전이라는 현실 문제가 절실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역시 대회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 때문에 4년여에 걸쳐 북한의 참가를 위해 여러 차례의 남북간 체육회담이 열렸다. 하지만 결국 대회 개막 2주를 남기고 북한이 불참을 선언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 대부분이 참가하기로 했기 때문에 북한의 직접적인 도발 가능성은 낮았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통일부는 14일 "리마 IOC 총회에서 남-북 또는 남-북-IOC 접촉을 통해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바로 다음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과 피겨스케이팅이 함께 묶이는 '이상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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