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기자] 18년 전 오늘 북한의 정성옥이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7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정성옥은 42.195km를 2시간26분59초에 달리며 이치하시 아리(일본, 2시간27분2초)와 리디아 시몬(루마니아, 2시간27분41초)에 앞서 골인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남북을 통틀어 정성옥이 최초이며 여전히 유일하다.
당시 북한이 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는 김창옥이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결승선 120m를 앞두고 일본 선수를 따라잡아 은메달을 따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선수였다. 정성옥은 김창옥의 페이스메이커였으나 끝까지 죽기 살기로 뛰어 예상밖의 1위를 차지했다. 김창옥은 10위에 머물렀다.
3년 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0위에 그쳤던 정성옥은 세계를 제패하며 북한의 영웅이 됐다. 인민 체육인이 된 것은 물론 운동선수로는 처음으로 공화국 영웅의 영예를 안았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까지 뽑힐 정도였다. 북한은 '백절불굴의 투쟁정신'을 따라 배워야 한다며 기념우표까지 발행했다.
정성옥은 2000년 은퇴, 시드니 올림픽에 불참했다. 이후 북한 여자 마라톤은 함봉실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김금옥이 동메달을 따냈으나 정성옥처럼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는 쌍둥이 마라토너 김혜성과 김혜경이 똑같이 2시간28분36초를 기록하며 10위와 11위로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혜경은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에서 15위에 그쳤다. 기록은 18년 전의 정성옥보다 훨씬 늦은 2시간30분29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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