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
[더팩트 | 최정식기자] 올시즌 테니스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2017 US오픈이 28일 미국 뉴욕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 우승한 로저 페더러(세계 3위, 스위스)가 20번째 메이저 단식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지가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다. 여자단식에서는 약물 양성 반응에 따른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로 지난해 호주오픈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는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가 눈길을 끌고 있다.
US오픈은 한국 테니스와 인연이 깊다. 국내 선수가 그랜드슬램 대회 16강에 오른 것은 딱 세 번. 모두 US오픈이었다.
970년대 말 혈혈단신으로 프로 테니스 무대에 뛰어든 이덕희는 1981년 US오픈에서 여자단식 16강 진출이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특히 3회전에서는 1978년 프랑스오픈 챔피언인 비르지니아 루지치(루마니아)를 꺾어 파란을 일으켰다. 4회전에서 그해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하나 만들리코바(체코슬로바키아)에게 패해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한국 테니스사에 남을 대기록이었다.
은퇴 후 재미 사업가로 변신한 이덕희는 유망주 발굴과 육성을 위해 사비를 들여 모국에서 국제주니어대회를 개최했다. 2012년 이덕희배 남자단식 우승자가 바로 현재 한국 테니스의 간판인 정현이다.
2000년에는 이형택이 남자단식 16강에 진출했다. 당시 그는 예선을 거쳐 4회전까지 올라갔다. 예선전적 포함 6연승. 당시 182위였던 그는 2회전에서 13위 프랑코 스키야리(아르헨티나)를 3-0으로 누르는 기염을 토했고, 4회전에서는 4위 그해
윔블던 챔피언이었더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첫 세트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이형택은 2007년 또 한번 US오픈에서 16강에 진출,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을 세웠다. 32강에서 3-1로 물리친 상대가 당시 19위였고 현재 2위인 앤디 머리(영국)다.
이형택의 개인 두 번째 쾌거 이후 꼭 10년 만인 올해 대회에서 정현이 한국선수로 네 번째 16강에 도전한다. 정현의 US오픈 출전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12년과 2013년 주니어부에 출전해 세계적인 스타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꿈을 키웠다. 2014년에는 고교생으로 성인 대회 예선에 나섰고 2015년에는 본선에 직행했다. 지난해에는 부상과 재활 때문에 불참했다.
정현은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3회전(32강)에 오르며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현재 세계 49위인 정현은 최근 윈스턴세일럼오픈 8강에 진출하며 랭킹 포인트 45점을 획득, 45위 안팎으로 올라설 것이 예상된다. 이번 US오픈에서 16강에 진출한다면 이형택이 기록한 역대 한국 남자선수 최고 랭킹인 36위도 넘어설 수 있다.
정현의 다음주 랭킹 포인트 합계는 1000점이다. 지난해 US오픈에 불참했기 때문에 빠질 점수가 없다. 그랜드슬램 대회 16강에 진출하면 180점이 주어진다. 즉, 랭킹 포인트가 1180점이 될 수 있다. 현재 36위의 포인트가 1168점이다.
정현의 1회전 상대는 호라치오 세바요스(58위, 아르헨티나)다. 현재 랭킹은 정현보다 낮지만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정현보다 한 단계 높은 16강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