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계주의 마지막 주자를 왜 '앵커'라고 부를까?
입력: 2017.08.14 04:00 / 수정: 2017.08.14 04:00
우사인 볼트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으나 부상으로 트랙 위에 넘어져 있다. /런던=게티이미지
우사인 볼트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으나 부상으로 트랙 위에 넘어져 있다. /런던=게티이미지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우사인 볼트(31, 자메이카)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자메이카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으나 왼 다리를 절며 쓰러져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자메이카의 세계선수권 5연패는 무산됐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치는 볼트도 100m 동메달 하나로 마지막 무대를 물러나야 했다.

4명의 선수가 400m를 100m씩 이어 달리는 400m 계주는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는 종목이다. 이날 우승한 영국의 기록은 37초47. 한 사람이 100m를 9.37초에 달린 셈이다. 이는 볼트의 100m 세계기록(9초58)보다 빠른 것이다.

계주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통의 인계다. 그리고 경기에 앞서 고려할 중요한 일이 출발 순서다. 대개 첫 주자는 출발이 좋고 코너에 강한 선수를 뽑는다. 첫 주자는 출발부터 코너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주자는 직선주로에서 강하나 기록이 좀 처지는 선수를 배치한다. 세 번째 주자는 곡선주로에 능한 선수를 배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마지막 주자는 가장 빠르고 마무리가 좋은 선수로 뽑는다.

그런 면에서 자메이카가 폭발적인 후반 가속력을 자랑하는 볼트를 마지막 주자로 정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볼트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역전 우승이 기대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훈련 부족으로 최고의 몸 상태가 아니었던 볼트는 많은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레이스를 계속하지 못했다.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를 '앵커(anchor)'라고 부른다. 배의 '닻'을 뜻하는 이 말은 방송에서 뉴스를 종합적으로 진행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스포츠에서는 육상의 계주나 수영의 계영에서 마지막으로 나서는 선수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배가 닻을 내려야 항구에 정박할 수 있는 것처럼 앵커가 설명이나 논평으로 마무리해야 뉴스가 최종적으로 정리된다. 그만큼 최종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라는 의미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앞 주자들이 아무리 잘 달렸더라도 마지막 주자가 실수하면 결국 경기에 질 수밖에 없다.

자메이카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볼트에게 앵커를 맡겼다. 세 번째 주자까지 선두가 아니더라도 볼트라면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앵커는 앞의 주자들이 갖는, 다음 주자에게 좋은 상태를 연결해 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다. 오로지 결승선을 향해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만 달리면 된다. 그리고 그 마무리가 승패를 결정짓는다.

볼트는 400m 계주의 마지막 주자로 자신의 마지막 레이스를 펼쳤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자메이카의 앵커로서도, 그리고 육상 선수로 피날레에서도 닻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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