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스포츠 '오늘'] 8/9 손기정 황영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입력: 2017.08.09 02:30 / 수정: 2017.08.09 02:30

[더팩트 | 최정식기자] 81년 전 오늘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출발부터 선두를 달린 선수는 1932년 LA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후안 카를로스 사발라(아르헨티나)였다. 29km 지점에서 사발라를 따라잡은 손기정은 마지막 고비였던 비스마르크 언덕을 복통을 참아가며 넘었고 결국 10만 관중의 갈채와 환호 속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국의 육상 코치가 스톱워치로 잰 마지막 100m의 스피드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12초대였다. 손기정의 우승기록은 2시간29분19초2. 1896년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이 열렸을 때 스피리돈 루이스가 2시간58분50초로 우승한 이래 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30분의 벽을 돌파한 것은 손기정이 처음이었다. 손기정은 1935년 11월 베를린 올림픽 파견 2차선발전을 겸한 메이지신궁대회에서 2시간26분42초로 1위를 차지, 일본의 이케나카 야스오의 종전 세계최고기록을 2초 단축한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였다.

손기정의 올림픽 마라톤 제패는 스포츠를 넘어 민족혼의 상징과 같았다. 그의 올림픽 제패 소식이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기쁨의 눈물바다가 됐다. 동아일보는 손기정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워버린 사진을 신문에 실어 무기 정간을 당하기도 했다.

'기테이 손'이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에서 월계관을 쓴 지 56년 만에 황영조가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13분23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기정이 세계 정상에 섰던 날과 똑같은 8월 9일이었다. 황영조는 35km 지점 이후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를 완전히 따돌리고 손기정이 비스마르크 언덕을 넘었던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몬주익 '악마의 언덕'을 넘었다. 그의 가슴에는 태극기가 달려 있었다.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됐고,애국가가 울려퍼졌다. 56년 전 일장기가 올라가고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동안 고개를 떨구고 있어야 했던 손기정은 몬주익 주경기장 관중석에서 감동적인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황영조를 끌어안았다. 1988년 서울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성화 최종주자로 나섰던 때에 이은 또 한 번의 감격이었다.

지난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한국의 김효수가 59위에 머물렀다. 유승엽은 64위, 신광식은 65위에 그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30위를 목표로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순위보다 더 아쉬운 것은 기록이다. 김효수는 영국 런던 시내를 도는 42.195㎞를 2시간25분08초에 뛰었다. 네 번째 풀코스 도전에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건 제프리 킵코리르 키루이(케냐)의 2시간08분27초와는 비교할 것도 없고 81년 전 손기정의 기록과도 큰 차이가 없다.

손기정의 올림픽 제패 이후 한국 마라톤은 1947년 서윤복이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고, 1950년에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보스턴 마라톤 1~3위를 휩쓸었다. 바르셀로나에서 황영조가 금메달을 따낸 뒤에도 이봉주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과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으로 마라톤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마라톤에 박수를 보낸 기억이 없다. 2000년 이봉주가 세운 한국최고기록 2시간7분20초를 경신하는 것은 커녕 오히려 기록이 후퇴하고 있다. 한때 민족의 자존심이었던 마라톤이 영광을 되찾을 날은 언제 올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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