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여성 골퍼의 복장
입력: 2017.07.21 04:00 / 수정: 2017.07.21 04:00

안신애 /더팩트DB
안신애 /더팩트DB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박세리 이전 LPGA에서 활동했던 여민선 프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미국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돌고 있었다. 동반했던 미국 친구가 골프장에서는 한국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사람은 뒤에 오는 팀을 신경쓰면서 사람들이 오면 홀아웃도 하지 않고 공을 빨리 주워 다음 홀로 간다고 했다. 체크 무늬 옷을 좋아하는 남자들, 긴팔 티셔츠와 짧은 치마에 스타킹을 신고 얼굴에 마스크를 쓰는 여자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날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 그 친구의 말이 맞다는 것에 놀랐다. 친구의 관찰력이 대단하다고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은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좋아하는 색깔도 기호도 다르다. 옷을 입는 스타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골프장에서 한국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 스타일이 같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LPGA 투어가 이달 초 선수들에게 가슴이 깊이 파인 상의나 짧은 스커트를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하반신이 드러나는 레깅스는 치마바지 또는 반바지 아래에 받쳐 입을 경우에만 허용하고 치마 등 하의는 엉덩이 부분을 다 가릴 정도의 길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복장도 프로 선수 이미지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LPGA의 드레스 코드 강화를 보면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안신애다. 올해 JLPGA에서 안신애의 인기는 엄청나다. 그런데 일본 언론의 헤드라인에 그의 옷차림이 자주 등장한다. '미니 스커트'와 '민소매'를 화제로 삼고, 심지어 '팬서비스'라는 표현도 쓴다. 선정적인 보도 방식이라고 비난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선수가 복장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골프의 드레스 코드는 프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래 전 남자는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여자는 긴 드레스를 입고 골프를 치던 때도 있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금도 잘 이해가 안되는 수준의 엄격한 복장 규정을 요구하는 골프장들이 있다. 이유는 물론 '에티켓'이다. 그런데 너무 구체적으로 금지 복장을 정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옷차림이 어느 정도부터인지를 잘라 말할 수 없다. 강요된 예절은 전통이 아니라 폭력일 수 있다. LPGA로 돌아가 보자. '프로 선수의 이미지'는 누가 정하는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한 여민선 프로는 여성 골퍼의 복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황사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골프를 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옷차림에는 이유가 있다. 좋아하는 옷을 입으면 된다. 운동하는데 불편할 정도만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 내게는 푸른 잔디 위에서 태양을 즐기는 이들은 어떤 옷을 입어도 아름답게 보인다."

아마추어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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