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100m, 10초의 벽
입력: 2017.06.29 04:00 / 수정: 2017.06.29 04:0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김국영(26, 광주광역시청)이 지난 27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2017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전에서 10초07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뒷바람은 초속 0.8m였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936년 초속 2m까지의 바람에 대해서는 기록계측 때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단거리와 멀리뛰기, 세단뛰기에서 뒷바람 풍속이 초속 2m 이내이면 공인기록으로 인정하지만 그 이상일 때는 참고기록으로 한다는 것이다. 100m를 10초23으로 달리는 선수가 2m의 뒷바람을 받으면 약 0.18초의 기록이 단축된다는 연구가 있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초속 1m당 0.05초의 기록 단축 효과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초속 0.8m의 뒷바람이 부는 가운데 10초07을 기록한 김국영은 한계 풍속 안에서 10초01까지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국영이 10초0대에 진입하면서 관심은 9초대 진입, 즉 10초의 벽을 깰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김국영 자신도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9초대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IAAF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100m 세계기록은 1912년 미국의 돈 리핀콧이 세운 10초6이다. 현재 세계기록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2009년 8월 베를린에서 세운 9초58. 100m 기록 1.02초를 단축하는데 97년이 걸린 것이다. 지금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9초대가 보통이지만 오랫 동안 사람들은 인간이 100m를 10초에 달릴 수 있을지, 10초의 벽을 깰 수 있다면 언제일지 궁금해 했다. 결과적으로 10초 플랫을 기록한 것이 1960년, 10초 벽을 돌파한 것은 그로부터 8년 뒤였다.

김국영이 처음 한국기록을 경신한 것은 2010년 6월이었다. 100m를 10초23에 주파하면서 1979년 서말구가 멕시코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세운 10초34를 31년 만에 갈아치웠다. 캐나다의 퍼시 윌리엄스가 1930년에 10초3을 기록했으니 한국의 100m 수준은 세계기록과 비교할 때 80년의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이번에 김국영이 10초07을 기록하면서 그 차이는 60년 정도로 줄었다. 그러나 볼트의 세계기록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득한 거리가 있다.

김국영의 핸디캡은 176㎝로 비교적 단신이라는 점이다. 10초 벽을 돌파하기 전까지는 170cm의 에디 톨란(10초4), 165cm의 요시오카 다카요시(10초3) 등 단신이면서도 세계기록을 수립한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짐 하인스 이후 세계기록을 낸 선수들은 캘빈 스미스(178cm)와 모리스 그린(176cm) 외에는 모두 180cm 이상이었다.

볼트 이전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자메이카의 아사파 포웰은 190cm로 당시 선수들 중 가장 키가 컸다. 체중도 88kg으로 역대 최고였다. 100m를 9초8로 달리려면 25.5마력이 필요한데 이 정도의 힘을 내자면 체중이 92kg을 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96cm의 장신인 볼트가 등장하기 전 100m 선수의 이상적인 신장은 180~190cm였다.

물론 키 자체가 아니라 스트라이드(보폭)가 중요하다. 같은 스트라이드 속도에 보폭을 늘려 스트라이드 수를 줄이면 기록이 단축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좌우 다리의 허벅지 각도, 즉 보폭각(stride angle)을 늘리는 훈련을 한다. 보폭각을 5도만 늘려도 보폭이 10% 늘어나고 이는 기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폭을 늘리면 피칭 속도가 떨어지는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김국영도 9초대 진입을 위해 최근 보폭을 넓히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훈련을 시작했다고 한다.

김국영은 그린처럼 스타트와 전반부 가속이 좋다. 리우올림픽 이후의 주법 변화와 훈련을 통해 최근에는 후반 가속력도 많이 개선됐다. 10초0대에 들어선 만큼 풍속이 초속 1m 이상으로 나오고 스타트 반응시간만 빠르다면 9초대 진입을 노려볼 만하다. 사실 볼트 이전 세계기록들도 대부분 바람이나 고지대 등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수립됐다. 중국의 수빙톈이 9초99를 기록한데서 보듯 더 이상 10초는 아시아 선수에게 깰 수 없는 벽이 아니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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