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1, 세계 67위)은 일본 테니스 영웅 니시코리 게이(28, 9위)를 꺾을 수 있을까?
1일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2017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정현과 니시코리는 각각 데니스 이스토민(80위, 우즈베키스탄)과 제러미 샤르디(74위, 프랑스)를 나란히 3-0으로 완파하고 3회전에 올라 16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정현이 니시코리를 물리친다면 이덕희와 이형택에 이어 그랜드슬램대회 16강에 오른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된다. 또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포인트 180점을 확보, 2015년 10월 기록한 자신의 최고 랭킹(51위)을 경신하며 세계 TOP 50에 진입하게 된다.
니시코리가 정현보다 한 수 위인 것은 분명하다. 니시코리는 ATP 투어 단식에서 11번 우승했고, 2015년 세계 4위까지 올랐다. 2014년 US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까지 진출했다. 이에 비해 정현은 투어 대회 4강이 최고 성적이고, 메이저 대회 3회전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현은 올해 클레이코트 시즌에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ATP투어 500시리즈인 바르셀로나오픈에서 예선을 거쳐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클레이의 제왕' 라파엘 나달(4위, 스페인)에게 졌지만 첫 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등 선전했다. 이후 250시리즈 BMW오픈에서 4강, 리옹오픈에서 예선을 거쳐 16강에 진출했다. 그 과정에 알렉산더 즈베레프(10위, 독일)와 가엘 몽피스(16위, 프랑스) 등 강자들을 눌렀다.
다양한 기술과 전략, 강인한 지구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클레이코트에서의 상승세는 정현이 이전보다 한 단계 성장했음을 말해 준다. 이스토민과 경기에서 뚜렷한 목적을 가진 서브를 넣고 상대 리턴을 다운더라인으로 받아쳐 꼼짝 못 하게 만드는가 하면 기습적인 드롭샷으로 포인트를 따내는 등 예전의 대결과 달리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을 했다.
객관적인 기량에서는 아직 니시코리를 이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의 호조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프랑스오픈은 메이저 가운데 가장 이변이 많이 나오는 대회다. 니시코리는 프랑스오픈에 특히 약할 이유는 없지만 US오픈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냈고 호주오픈의 승률이 가장 높다. 즉, 하드코트에 강하다.
대비해야 할 것은 니시코리의 플레이 스타일이다. 그는 현재 투어에서 양손 백핸드가 가장 뛰어난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백핸드라면 정현도 톱 랭커들에게 별로 뒤지지 않는다. 니시코리는 공격과 수비 기술 모두 뛰어나지만 특히 돋보이는 것이 '라이징 볼'을 친다는 점이다. 바운드된 공이 정점에 이르기 전에 스트로크를 하고 스윙 동작도 간결하다. 이를 통해 시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고, 상대가 타구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 그가 톱 10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경험이 부족한 정현은 이런 스타일의 선수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니시코리는 수비도 뛰어나 정확한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한 랠리 공방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대처하려면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니시코리는 2회전에서 샤르디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앞서가다가 3세트에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한 뒤 갑자기 움직임이 둔화되면서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등 고전했다. 오른쪽 어깨가 불편한 모습을 드러냈는데 큰 부상은 아닐지 몰라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3회전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현. /라코스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