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의 농구생각] 골든스테이트와 우리은행
입력: 2017.06.01 04:00 / 수정: 2017.06.01 08:54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이 2일(한국시간) 시작된다. 챔피언 자리를 다툴 두 팀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3년째 똑같다. 같은 팀들이 3년 연속 파이널에서 맞붙는 것은 NBA 사상 처음이다.

두 팀 모두 강팀이지만 골든스테이트가 더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르브론 제임스라는 슈퍼 스타가 있는 디펜딩 챔피언 클리블랜드가 '언더독'으로 불릴 정도다.

골든스테이트는 2014-2015시즌 67승을 올린 뒤 파이널 우승까지 차지했다. 2015-2016시즌에는 73승으로 NBA 역대 최다승을 기록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끈 시카고 불스가 1995-1996시즌에 세운, 도저히 깰 수 없을 것 같았던 72승을 넘어섰다. 올시즌에도 67승으로 리그 전체 1위의 성적을 냈다. 게다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부터 서부콘퍼런스 결승까지 포스트시즌 12전 전승을 거뒀다.

골든스테이트가 다른 팀들을 압도하며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NBA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골든스테이트와 나머지 29팀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전력 차가 크지만, 그런 절대 강자의 존재가 다른 팀들의 도전 의지를 자극하면서 리그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LA 레이커스와 시카고가 무적을 자랑했을 때도 그랬다.

지난 29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017-2018시즌 외국인 선수의 출전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2명 보유, 1명 출전 방식이었던 것을 3쿼터에 한해 2명이 동시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WKBL은 이같은 규정 변경의 이유로 '팀 전술의 변화 유도'를 들었다. 여자프로농구가 전반에 점수차가 벌어지면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제도 변경을 통해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가 우리은행의 독주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최근 5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한 우리은행은 '너무나 강해 이길 수 없는 팀'이 되어 있다. 개막 전 모든 팀 감독들이 우승후보로 우리은행을 꼽고, 시즌 초반 일찌감치 2위와 차이가 크게 벌어지며, 챔프전이 열리게 되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우리은행의 압승을 예상하는 일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물론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확대하는 것이 꼭 우리은행에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선수를 뽑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은행의 강점을 희석시킬 변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은행의 최대 강점은 국내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인 수비인데 외국인 선수 기용 방식 변화는 그 수비를 깰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 시즌에도 절대 강자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박혜진 임영희와 함께 통합 5연패의 주역이었던 양지희가 은퇴했다. 지난 시즌 골밑에서 맹위를 떨쳤던 존쿠엘 존스와 재계약에도 실패했다. 양지희와 존스가 빠지면서 골밑의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론 FA 김정은 영입 같은 플러스 요인도 있다. 우리은행이 여전히 최강팀의 위력을 보일 수 있을지는 다음 시즌의 최대 관심사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우리은행과 맞붙었던 삼성생명은 포지션별 전력이 탄탄한 팀이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기량이 출중한 엘리사 토마스와 재계약했고 부상으로 재활에 몰두해 온 대형 가드 윤예빈도 합류한다. 리그 적응을 마친 슈퍼 루키 박지수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을 마련해서 새 시즌을 맞을 KB스타즈 역시 우리은행 대항마가 되기에 충분한 팀이다.

리그가 정체에 빠져 있어 활기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제도 변경을 시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상황을 보는 시각이다. 참가하는 팀의 숫자가 워낙 적기 때문에 특정 팀의 독주가 흥미를 떨어뜨리는 면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6년간 여자프로농구를 평정하고, 우리은행이 그 뒤를 이어 5년 동안 왕좌를 지킨 것을 바람직하지 못한 '독식'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우리은행이 예전처럼 강하지 못한 팀이 되더라도 그 이유는 다른 팀들이 강해졌기 때문이어야 한다. 절대 강자만 사라진 '하향 평준화'는 여자프로농구의 발전을 더욱 더디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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