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정현의 클레이 돌풍, '배운다'에서 '이긴다'로
입력: 2017.05.31 05:00 / 수정: 2017.05.31 05:00
정현. /라코스테 제공
정현. /라코스테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세계 67위)의 클레이코트 상승세가 놀라울 정도다.

정현은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7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샘 퀘리(28위, 미국)를 3-1(6-4 3-6 6-3 6-3)로 꺾고 2회전에 올랐다. 퀘리는 경험이나 기술에서 정현보다 분명 한 수 위의 선수다. 한때 세계 17위까지 올랐고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대회 단식에서 9번이나 우승했다. 지난해 윔블던에서는 당시 세계 1위였던 노바크 조코비치(2위, 세르비아)를 물리치며 파란을 일으켰다. 현재 투어에서 서브가 가장 뛰어난 선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아마도 끈질긴 랠리를 이어갈 수 있는 클레이코트에서의 대결이 아니었다면 이기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퀘리는 9개의 투어 타이틀 가운데 7개를 하드코트에서 따냈고, 잔디코트와 클레이코트에서 하나씩을 얻었다. 클레이는 그가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기 어려운 코트임에 틀림없다.

정현은 올해 클레이코트 시즌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ATP투어 500시리즈인 바르셀로나오픈에서 예선을 거쳐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클레이의 제왕' 라파엘 나달(4위, 스페인)에게 졌지만 첫 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등 선전했다. 이후 250시리즈 BMW오픈에서 4강, 리옹오픈에서 예선을 거쳐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주목받은 선수 가운데 하나는 알렉산더 즈베레프(10위, 독일)다. 20세의 신예로 이번 프랑스오픈을 앞두고 이탈리아 대회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그 즈베레프를 정현이 바르셀로나오픈 16강에서 2-0(6-1 6-4)으로 완파했다. 그리고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정현은 승리했고, 즈베레프는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7위, 스페인)에게 져 탈락했다. 즈베레프가 9번 시드를 받은 상위 랭커지만 노련한 베르다스코를 넘지 못했다.

정현이 올해 클레이코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듯싶다. 정현은 프랑스오픈을 앞두고 "이전까지는 톱 랭커를 상대할 때 '몇 게임이라도 더 잡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저 선수를 이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 수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이 '어떻게든 꺾고 말겠다"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정현의 프랑스오픈 2회전 상대는 데니스 이스토민(80위, 우즈베키스탄)이다. 이제까지 두 번 만나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2015년 데이비스컵에서 졌을 때는 복부 통증 때문에 기권한 것이었고 지난달 말 바르셀로나오픈에서는 2-0(6-4 6-4)으로 이겼다. 방심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누를 수 있는 상대다. 정현이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3회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스토민을 물리치고 나면 니시코리 게이(9위, 일본)와 만날 가능성이 크다.

클레이코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다양한 기술과 뛰어난 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강인한 정신력이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10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나달이 클레이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도 불굴의 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배운다'에서 '이긴다'로 투어에 임하는 자세를 바꾼 정현의 자신감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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