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주장 양희종이 KBL 김영기 총재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받고 있다. 최용민기자 |
[더팩트 | 최정식기자] 리그 최고의 수비수 양희종(33)이 꼭 필요한 순간 공격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한 선수는 외국인선수 데이비드 사이먼도, 정규시즌 국내선수 득점 1위인 이정현도, MVP 오세근도 아니었다. 궂은 일을 도맡는 선수, 블루워커 양희종이었다.
양희종은 2점 야투도, 자유투도 없었다. 오로지 9개 던진 3점슛 가운데 8개를 성공해 팀내 최다인 24점을 올렸다. 역대 챔프전 최다 3점슛 타이. 97시즌 정인교, 2005-2006시즌 이병석만이 챔프전에서 한 경기 8개의 3점슛을 기록했다.
삼성이 달아날 때마다 터진 그의 3점슛으로 KGC인삼공사는 접전을 이어갈 수 있었고, 결국 종료 직전 이정현의 레이업으로 88-86의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챔프전 전체를 통해 최고의 선수로 오세근이 뽑혔지만 4승 2패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가장 빛났던 선수는 주장 양희종이었다.
정규시즌 그의 득점은 평균 3.9점. 챔프전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때 삼성 이상민 감독은 농담처럼 양희종의 공격에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사실 농담만은 아니다. 삼성뿐 아니라 대부분의 팀이 양희종을 놓아두고 다른 득점력 높은 선수에게 도움 수비를 해왔다.
양희종은 경기 후 진행된 우승 행사에서 "이렇게 많은 3점슛을 넣은 적이 있느냐"는 장내아나운서의 질문에 "원래 슛이 좋다"고 말해 원정 응원을 온 팬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런데 사실이 그렇다. 그는 연세대 2학년 때까지 공격력도 뛰어난 선수였다. 팀의 필요에 의해 리바운드와 수비에 집중하면서 '수비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이다.
이날 그의 3점슛은 대부분 오픈된 상태에서 던진 것들이다. 그러나 상대가 타이트하게 수비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슛을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점과 역전이 거듭되는 접전 상황에서는 더욱 부담이 크다. 동료들이 삼성의 수비에 막혀 있는 상황에서 그의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승부는 7차전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성공률 89%의 집중력은 아마도 오기와 책임감이었을 것이다. 이정현이 삼성 이관희가 2차전에서 충돌한 이후 이정현과 자신의 팀이 비난을 받는 분위기 속에서 그는 투지를 불태웠고 그 결과 가운데 하나가 8개의 3점슛이었다. 어쩌면 3점슛보다 중요한 것은 동료들의 분투를 이끌어낸 그의 리더십일 것이다.
양희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플레이오프에서 열여섯 경기를 뛴 삼성 선수들도 힘들었겠지만 부상 선수가 많은 우리도 힘들었다.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고 밝혔다. 오세근이 흉부 미세 골절, 사이먼이 발목 부상에 시달렸지만 양희종도 어깨와 발목이 좋지 않았다. 그가 통증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주사가 아니라 승리에 대한 집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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