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스타와 명장의 품격
입력: 2017.04.25 05:00 / 수정: 2017.04.25 08:31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지난 23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벌어진 몸싸움에 대한 징계가 결정됐다. KBL은 24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밀착 수비하는 삼성 이관희의 목 부분을 팔로 밀쳐 U(언스포츠맨라이크)파울을 지적받은 KGC 이정현에게 15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해당 상황 직후 이정현을 심하게 밀치는 행위로 디스퀄리파잉파울을 받아 퇴장당한 이관희에게는 1경기 출전 정지 및 제재금 200만원이 부과됐다.

이관희에게 당연히 더 무거운 징계가 내려졌지만 이번 일로 더 큰 타격을 입은 쪽은 이정현이다. '원인 제공' 논란에 휩싸이며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선수로서 이미지도 손상됐다.

이정현은 리그의 대표적인 플로퍼(Flopper)로 여겨지고 있다. 그가 습관적으로 할리우드 액션을 시도한다는데 대해서는 이견도 있는 모양이지만 오랫 동안 지켜봐 온 바로 판단하자면 그가 상대 선수의 파울을 유도하는 수준을 넘어 심판을 기만하는 플레이를 종종 펼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 자신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일부 인정한 적도 있다. 이전에 플로핑 논란이 있었을 때 "고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고, 이후 좀 줄어든 듯한 느낌은 있지만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기량이 매우 뛰어난 선수인 이정현이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2016-2017시즌 베스트 5에서 가드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포워드 이승현과 함께 가장 많은 표를 얻었는데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순간적인 기회 포착, 빠른 타이밍, 클러치 능력에 돌파마저 뛰어나 정규시즌 국내선수 가운데 득점 1위에 올랐다.

이정현은 플로핑이나 공격 때의 거친 플레이에 대해 상대의 집중견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지만 그가 리그 최고의 가드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겨내야 할 일이다. 사실 그가 상대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심판의 판정에서 이득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는 지금처럼 하는 것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팬들의 사랑을 받는 진정한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상대팀 선수와 감독이 인정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하는 것이다.

KGC 김승기 감독과 삼성 이상민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이상민 감독은 이관희가 잘못된 행동을 한 원인이 이정현에게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이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논란을 증폭시키는 불필요한 말이었다.

김승기 감독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상대 팀 에이스에게 반칙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나도 아무나 내보내 그렇게 하도록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팀 선수와 감독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김승기 감독은 뜻밖의 사건으로 갑작스럽게 KGC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팀을 잘 이끌어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특히 이번에는 첫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당연히 감독상도 받았다. 젊지만 능력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우승 감독이 되기까지는 승부에만 몰두해도 될지 모른다. 그러나 리그를 대표하는 지도자의 하나가 된 지금은 다르다. 그에 걸맞는 언행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스타 선수와 명장은 적으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는 품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저 실력 있는 선수, 성적 내는 감독일 뿐이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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