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헤인즈, 최고 용병의 함정
입력: 2017.04.14 05:00 / 수정: 2017.04.14 05:00

오리온 헤인즈가 삼성 크레익의 마크를 뚫고 돌파를 하고 있다. 최용민기자 leebean@tf.co.kr
오리온 헤인즈가 삼성 크레익의 마크를 뚫고 돌파를 하고 있다. 최용민기자 leebean@tf.co.kr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뭔가에 의지하고 있으면 편안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의지하고 있는 힘이 크면 클 수록 그 힘이 사라졌을 때 충격도 더 크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1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삼성에 77-84로 졌다. 2연패에 빠지며 탈락의 위기에 놓였다. 믿었던 애런 헤인즈가 13점에 그쳤다.

헤인즈의 득점이 적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2점 야투 성공률이 25%로 나빴다는 것은 큰 문제다. 헤인즈는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16개의 2점슛을 던졌지만 4개만을 성공했다. 뜻밖에도 수비에 막히자 무리한 플레이를 계속했다. 이 때문에 팀 전체의 2점슛 성공률이 크게 떨어졌다.

오리온은 열한 번이나 상대 공을 빼앗으며 상대 실책 18개를 이끌어냈다. 리바운드의 열세를 만회하고도 남을 만했지만 저조한 슛 성공률 때문에 패하고 말았다.

헤인즈는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외국인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득점력이 발군이며, 득점이 쉽지 않으면 파울을 유도해 점수를 만들어 내거나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줘 어떻게든 팀의 공격을 성공하게 만든다. 그의 득점이 줄어들면 어디에선가는 그만큼 늘어난다. 문제는 그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감독도 다른 선수들도 그를 중심으로 한 플레이에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오리온은 헤인즈 외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그가 없어도 여전히 강한 팀이다. 헤인즈는 지난해 12월 7일 경기 중 발목을 다쳐 한 달 동안 결장했다. 공백이 컸지만 그가 없는 동안 국내선수들의 활약으로 6승6패로 5할 승률을 유지했다. 정규시즌에는 그게 가능했다. 그러나 단기전인 플레이오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패배를 만회할 여유도 별로 없고 탈락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도 크다.

2014-2015시즌 헤인즈는 SK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가 있는 SK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를 쉽게 꺾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1차전에서 헤인즈가 다쳤다. 3위 SK는 6위 전자랜드에 내리 3경기를 패하며 탈락했다. SK에는 다른 외국인선수 코트니 심스가 있었고 좋은 국내선수들도 많았다. 헤인즈가 없어도 전자랜드에 별로 밀리지 않는 전력이었다. 그러나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심스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감독은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헤인즈를 중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두 외국인선수를 함께 쓸 수 있는 시간이 두 쿼터가 아니었다. 심스는 평균 10분 정도밖에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헤인즈와 함께 하는 플레이에 익숙해 있던 SK 선수들은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고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그때는 부상이고 지금은 부진이다. 그러나 헤인즈가 제몫을 못하는 것이 낯선 경험이라는 사실은 똑같다. 강한 힘은 때로 치명적인 함정이 될 수 있다. 오리온은 SK와 달리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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